러, 우크라 침공 20일째…출구 안 보이는 전쟁 결말은
- 22-03-15
외교적 해결 '최선'이지만…전쟁 장기화로 인도적 참사 가능성
나토-러 대결·핵무기 및 생화학무기 사용·다각도 사이버공격등 '확전' 시나리오도
1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지 20일째로 접어들었지만, 전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좀처럼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계획대로' 전쟁이 흘러가고 있다고 과시하지만, 세계 국방 순위 2위에 달하는 러시아가 25위(미 GFP 2021년 기준)의 우크라이나를 쉽사리 점령하지 못한 채 서방의 제재 공세만 직면, '체면'을 구긴 측면도 없지 않다.
개전 후 지금껏 러시아군에 함락된 지역은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이 유일하다. 다만, 기 점령지라고 할 수 있는 동부 돈바스 일부 지역에서 북쪽으로 하리키우와 수미, 체르니히우까지 그리고 남쪽으로는 마리우폴과 멜리토폴, 드니프로, 미콜라이우가 접전 지역이다.
이 중 마리우폴 등 일부 도시는 완전히 포위돼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대 물동항 오데사도 러군의 상륙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으로는 동서를 나누는 기점인 드니프로부터 북쪽으로 수도 키이우가 위험권이다.특히 러군은 키이우 인근 체르니히우, 벨라루스 국경, 지토마르, 빈니차를 에워싸고 외곽, 중앙 순으로 점차 포위망을 좁히려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계획과 목표가 어디까지인지조차 불투명하지만, 그 계획과 목표를 축소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전망은 밝지 않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앞으로의 시나리오로 우크라이나 △완전 장악과 △분단 그리고 모두가 우려하는 △확전 전망을 제기했다.
◇외교적 해결…제재와 압박 성과
현재 푸틴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는 3가지 채널에서 이뤄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각각 푸틴 대통령과 대화 중이다.
이들 각 정상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전후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입장도 듣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외교적 해법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경제 제재, 특히 중앙은행 무력화와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직면, 스스로 목표를 축소하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들 정상 모두 푸틴과의 대화가 같은 쟁점을 빙빙 돌아 러시아군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는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무성의함에 실망했다"며 "그는 전쟁을 이어가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역시 "푸틴 대통령이 방향을 바꿨다는 증거는 없다"며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협상도 전날(14일)로 4회째 개최됐다. 아직까지는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마련이 합의의 전부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헌법을 개정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의지를 접고 중립을 선언하고, 돈바스 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을 인정하고, 크름(크림반도)을 러시아의 귀속 영토로 인정한다면 군사공격을 멈출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남긴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휴전협상에서 전쟁 종식과 러시아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느리지만 결국 무자비한 장악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계속 강행, 결국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장악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러시아군은 병참 문제에도 불구, 키이우와 제2도시 하르키우 및 여타 요충 도시들을 포위하기 위한 진격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경우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피해가 더욱 가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러시아군이 완전히 포위한 마리우폴에서는 지금까지 주민 2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우크라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전쟁이 계속되면 다른 도시도 우후죽순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 "푸틴은 지금 화가 나 있고 좌절하고 있다고 본다"며 "민간인 사상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우크라군을 진압하는 데만 혈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시리아 내전과 체첸 분쟁에서도 인구 밀집 지역에 폭격을 가하면서 민간인 사상자를 상대측에 지렛대로 활용한 적이 있다.
스콧 베리어 미 국방정보국장은 의회에서 "러시아군이 동남북에서 조금씩 접근해 포위망을 좁히는 만큼, 키이우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수 없다"며 "물자 공급이 중단되면 앞으로 10일~2주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미 고위 당국자는 키이우 점령까지 최소 한 달은 걸리며, 몇 주에서 길면 몇 달간 우크라이나 시민은 끊임없는 폭격과 시가전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최고사령관은 "높은 희생을 치르고 미사일, 포격과 폭격이 계속되면서 21세기엔 전례 없던 그 어떤 것보다 심각한 전쟁범죄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플랜A 버리고 우크라 '두 동강'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서방의 강력한 제재와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이 플랜A를 버리고 우크라이나 반쪽을 점령하는 데서 전쟁을 끝낼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군의 점령이 임박한 곳만 장악하는 선에서 그친다 해도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에서 흑해와 남부 대륙을 잇는 육로를 확보하고, 그대로 동부에서 동북부 러시아 접경지와 벨라루스 접경지 일부를 장악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로선 오데사까지 빼앗길 경우 바다를 모두 러시아에 내주고 내륙국가로 전락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권인 남부와 동부를 장악하는 선에서 러시아가 진격을 멈췄으면 하는 바람도 일부 제기된다고 한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최고사령관은 1990년대 발칸 전쟁 결과를 예로 들며, "애석하게도 가장 가능성 높은 결말은 우크라이나의 분단"이라며 "우크라 남동부를 러시아에 내주고 나머지 지역이 주권국가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절망적인 시나리오지만, 서방 당국자들이 은근히 이 정도 선에서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는 지난 13일 오전 러군이 우크라 서부 폴란드 접경지를 공습하면서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확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토 영토 침공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확대되는 건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나토 영토를 침공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실수로 나토 영토로 미사일이 떨어지거나 나토 항공기를 격추시키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이번 우크라 서부 피격 지역 중엔 우크라이나 국제평화유지안보기구라는 군사기지도 있는데, 이번 전쟁 발발 직전까지 미군이 우크라군에게 나토 무기 사용법 등을 교육하던 군사훈련기지다. 나토군이 1명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그대로 최악의 경우가 현실이 됐을 터다.
푸틴 대통령이 침공 범위를 비(非) 나토국인 인근 몰도바나 조지아로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몰도바와 조지아는 모두 우크라이나와 함께 옛 소비에트 연방인 데다, EU 회원국도 아니다. 특히 조지아는 2008년 우크라이나와 함께 나토 가입을 약속받은 직후, 먼저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빼앗겼다. 이후 2014년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빼앗긴 뒤 8년 만에 전면침공을 당한 것처럼, 조지아나 몰도바가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전장을 넓히는 방식이 아닌, 생화학무기나 핵무기 사용을 통한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개전 사흘 만인 지난달 27일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용을 관장하는 핵 억지력 부대에 경계태세를 지시한 데 이어, 이달 초부터는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런 여러 가지 시나리오와 함께 서방의 제재로 곤경에 처한 푸틴 대통령이 사이버공격으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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