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가 '충격' 카드…인권 압박한 美 인플레 고조

 사우디 아라비아가 원유 시장에서 '충격과 공포' 카드를 다시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인권문제로 미국과 긴장이 고조된 사우디는 4월 말까지 일평균 10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생산을 줄이는 '자발적 감산'을 연장한다고 '깜짝' 공개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시 3일(현지시간) 감산 연장을 결정했다. 이날 유가는 4% 넘게 뛰면서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에 불안한 미국은 부담이 더해졌다.

미국이 인권문제로 사우디를 압박하자 사우디가 감산 연장으로 유가를 높여 미국에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하는 식으로 되받아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 "유가 과열 없다"…자발적 감산연장

물론 사우디는 겨우 되살린 유가 상승의 불씨를 꺼뜨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다. 거의 1년 전만 해도 유가가 마이너스(-) 40달러라는 미지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사우디는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팬데믹에 따른 수요 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결국 사우디는 가까스로 일궈낸 유가 상승세를 한동안 이어가야만 한다. 사우디 왕자인 압둘라지지 빈살만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OPEC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유가) 과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우리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고 이제 좀 더 조심스럽게 경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들어 오른 유가에 당장 증산해 유가가 다시 내리는 악순환을 유발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4월 공급부족 유가 75달러 전망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북해 브렌트유는 올들어 벌써 30% 뛰었다. 그리고 산유국들의 증산 없는 4월이면 공급 부족이 커질 공산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블룸버그는 전했다.

원유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의 앤-루이즈 히틀 매크로본부장은 "다음달 유가가 배럴당 70~75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 상승이 글로벌 회복의 위축을 유발할 위험은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진짜 원유수요의 회복이라는 구체적 신호가 확인되면 즉각 증산에 나설 것이란 의사도 분명히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우디의 감산연장은 이미 물가 불안을 호소하는 미국에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유가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구리부터 철강, 옥수수, 대두유까지 수 많은 원자재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연준 의장 '인내'...美 물가불안 심화

공교롭게도 사우디가 감산연장을 결정을 공개한 이날 미국 중앙은행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인내'를 강조하면서 인플레 불안은 더 심해졌다.

파월 연준 의장의 전망은 놀라울 정도로 사우디 에너지장관과 비슷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세에 대해 일시적이라며 과열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인내하고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인플레 우려를 잠재울 만한 조치가 없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금리)은 1.5%를 돌파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금리전망치를 기존의 1.5%에서 1.9%로 높여 잡았다.

채권의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따라서 수익률이 오르면 가격은 내린 것이고 가격하락은 그 만큼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팔아치웠다는 얘기다.

이러한 국채 매도세는 주식으로 다시 옮겨 붙었고 이날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2월 고점 대비 10% 가까이 빠져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채권, 주식의 팔자세에 달러는 사자세가 몰리며 3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특히 엔 대비 달러의 가치는 8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미묘한 시점...미국 MBS 측근 제재

사우디의 감산 연장 결정은 시장에서 '서프라이즈'로 여겨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유중개업체가 몰린 스위스 제네바부터 미국 뉴욕의 월가까지 시장 참여자 대부분은 이번 OPEC 회의에서 감산 연장이 아니라 일평균 최대 150만배럴 증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때문에 사흘 전까지만 해도 증산을 유력시하는 분위기에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시장의 예상과 정반대로 사우디가 감산 연장을 결정한 것에는 미국이 사우디의 인권문제를 언급하며 압박한 탓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 특히 MBS 왕세자와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정권은 MBS왕세자가 과거 왕실을 비판했던 언론인 '카슈끄지'의 암살을 승인했다고 결론짓고, 관련 인사들을 제재명단에 등재했다. 결국 압박을 느낀 MBS왕세자가 감산연장이라는 서프라이즈로 미국의 인플레 우려를 부추겼을 수도 있다.

MBS왕세자는 특유의 충동성으로 마이너스 유가를 유발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가 돌연 증산으로 러시아와 유가전쟁을 벌였다며 이 전쟁은 '위험천만하고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MBS'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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