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그들은 함께 울었다
- 22-03-14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그들은 함께 울었다
오래 전 어느 지인의 딸 S양이 미국 동부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가 있을 때 였습니다. 그녀가 다니던 교회는 다민족으로 구성된 교회였는데, 어느 해 추수감사절에 그 교회에 출석하는 여러 나라 학생들이 각자 자기나라 고유의 전통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쇼를 하는 재미있는 프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남다른 미모를 지닌 S양도 아름다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무대에 서서 한복의 전통미를 한껏 과시하였습니다.
관중석에는 그 순서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S양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유심히 지켜보는 70대 백인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S양은 할머니의 눈길을 의식했지만, 아마 그녀가 입은 한복의 아름다움 때문일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의상쇼가 끝난 후에도 그 할머니는 또 S양에게로 다가와서 말을 건넸습니다.
“그것이 한국 여성들의 전통의상입니까?”“예 그렇습니다. 어떻습니까?” “너무나 아름답군요.”“감사합니다.”
그렇게 대화는 끝났지만 할머니는 계속 S양의 곁을 떠나지 않고 유심히 S양의 거동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눈치챈 S양이 그 이유가 궁금해서 말을 걸었습니다.
“저 할머니! 할머니께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그러자 할머니는, “그러문요. 한국이라는 나라야 내가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는 나라지요.” 그 말에 호기심이 더해진 S양이 또 물었습니다. “뭐 그럴 만한 사연이라도 있으신가요?” 할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며 망설이다가 긴 한숨을 내쉬면서 친교실 한 켠으로 S양을 안내해 놓고는 그 사연을 들려주었습니다.
“실은, 한국 전쟁 당시 제 아들이 한국전에 참전하였습니다. 전투가 연일 계속되는 중에도 가끔 보내온 편지에서 안도감을 가지면서 그의 무운을 빌었습니다. 편지마다 그 내용의 일부는 언제나 한국의 아름다운 계절, 특히 한국의 파아란 가을 하늘이 얼마나 상쾌한지 모른다고… 들녘에는 상큼한 코스모스가 만발하고 산 기슭에는 예쁜 단풍이 그림같이 아름다운 천혜의 나라라고 감탄했습니다. 그처럼 축복받은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살아야 할 그 땅에서 왜 그토록 살벌한 살육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어서 속히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의 날이 오기를 기도하면서 하루하루 맡겨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여기까지 말을 이은 할머니가 갑자기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인 채 울먹이는 소리로 한 마디를 토했습니다. “…그해 겨울에 나는 아들의 전사통지를 받았습니다…. 내 아들이 흘린 피가 젖어 있는 그 한국 땅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S양은 할머니에게 무슨 말로 응대를 하고 위로를 해야 할지를 몰라 멍하니 할머니를 바라보다가 와락 할머니를 껴안았습니다. “할머니!” 그 한마디 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하나가 되어 눈물을 쏟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포옹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포옹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가족 간의 포옹이었고, 그들의 눈물은 황인종과 백인종의 눈물이 아니라 아들을 잃은 엄마와 오빠를 잃은 누이의 눈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그것이 할머니의 슬픔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6ㆍ25전쟁으로 인하여 우리 땅에서 죽어간 수십만명의 젊은이들, 한국군, 미국군, 인민군, 중공군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 속에는 평생을 눈물과 탄식 속에 살아가야 하는 가족들이 있었고 그들이 겪는 아픔은 참으로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최악의 산물이요, 그 어떠한 대가를 치루고라도 제지 시켜야 할 죄악입니다.
**더 많은 칼럼을 보시려면 클릭 https://www.seattlen.com/column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KWA대한부인회 평생교육원 봄학기 수료식
- UW 한인 이수인교수 삼성호암상 받았다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 1일 토요정기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박3일 캠핑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1일 토요산행
- <속보>아동성폭행 타코마 한인군인, 택시기사 살해혐의로도 기소돼
- 600명 ‘코리아 나이트’서 스트레스 확 날렸다(+영상,화보)
- K-SCAN 한인상공인 길잡이 역할 돋보인다
- [화보] 코리아나이트 신나고 재미있었다
- 벨뷰통합한국학교 전통혼례식 "참 멋있어요"(+영상,화보)
- “FWYSO 봄 연주회에 한인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UW동아시아도서관, 김봉준 작가 초청 행사
- [기고-샘 심] 제44선거구 워싱턴주 하원의원에 출마하는 이유
- 오리건 한인, 어머니 숨지게 한 양로원에 1,000만달러 소송
- 한국 유명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린우드점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 [서북미 좋은 시-이춘혜] 나그네 길에 길동무
- 샘 심 시애틀한인회 부회장도 워싱턴주 하원 출마한다
- 시애틀 영사관,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 개최
- 한인2세들이 시애틀 영자신문 인수했다
- 미국프로축구 열린 시애틀 축구장서도 "Korea"
- 코리아나이트 행사 전‘코리안 푸드트럭’운영
시애틀 뉴스
- 워싱턴주 차나 주택 보험 왜이리 비싼가? "보험료 인상이유 밝혀라”
- 시애틀경찰국장은 ‘파리목숨’인가? 디아즈 국장 해임 놓고 논란
- 아마존 드론 장거리 배송 승인 얻었다
- 애드리언 디아즈 시애틀 경찰국장 잘렸다
- 시애틀지역 집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 워싱턴주 10대 소년 하이킹중 400피트 절벽 아래로 추락했는데 경미한 상처만
- 빌 게이츠 전처 멀린다, 여성 인권단체에 10억달러 기부
- 시애틀지역 정신질환자 자연환경서 치료한다
- 시애틀서 가족부양하기 전국 '탑5'
- 시애틀지역 주민들 여행 선호지가 바뀌고 있다
- 시애틀 유명 정치로비회사 파산 모면했다
- 미국 대선 앞두고 국가부채 '부각'…"10년물 국채금리 10%"
- 한국 유명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린우드점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뉴스포커스
- 이준석 "여당이 '김정숙 특검법' 발의?…두 글자로 줄이면 생쇼"
- 큰 싸움 예고한 의협…"4~7일 총파업 회원투표"
- 5㎏짜리 '오물풍선' 서울서만 96개…차량 유리도 파손
- "밀양 여중생 성폭행범, 딸 낳고 맛집 운영…백종원도 방문"
- 개혁신당 이기인 "사망 훈련병 지휘관 ○○○ 중대장"…실명 공개
- 프로야구 한화, 제14대 사령탑에 김경문 감독 선임…3년 총액 20억
- 조국 WSJ 인터뷰 "감옥 가면 당이 내 일 대신해줄 것"
- 베트남 하노이 호텔서 한국인 여성 피살…韓남성 용의자 체포
- 임대료 저렴한 '사회주택' 비율 8.9%…한국 OECD 국가 중 '9위'
- 김호중 차량에 길 동승 논란…음주운전 방조죄 어떨 때 적용되나
- 법인세 부진에 또 '세수 펑크' 비상…중간예납·추계 방식 손볼 듯
- '주점 간판' 달고 불법 게임장 운영한 30대 우즈벡 여성 체포
- 라운드 예약도 앱으로 손쉽게…선호도 1위는 '카카오골프예약'
- "때려죽일…누굴 가르친다고" 얼차려 사망 동료 훈련병 父 분노
- 野 "22대 국회 '해병대원 특검법' 재발의 촉구…반드시 통과 시킬 것"
- “의사는 자기 역할에 충실한 전문가일 뿐…돌아올 명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