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지소영] 봄 숭숭

지소영 시인(서북미 문인협회 회원)

 

봄 숭숭

 

길어지는 해줄기에 가방을 던지고

창을 서성거린다

누군가 이어주는 바톤

버들이 마른줄 덥석 봄그네를 민다

 

후룩후룩 호반새 냉이 부리 쪼고

뒤 잇는 봄비둘기 흰옷자락 턴다

오롯이 돋는 움들 턱을 젖힌다

 

들숨 날숨 갸우뚱 비틀

고르지 않아도 숭숭

아 설렘

바람처럼 뜨고 파란 즙 흥건히

어쩌면 좋아 들키고 만다

 

압제하던 통증 소근소근 숲에 풀고

사람아

사랑아

그리우면 이렇게 오는거다

그때 그 한날처럼

 

<해설>

봄이 오고 있다. 산과 들판의 초목들이 마스크를 벗고 햇살과 입을 맞춘다. 

이 작품 속에서도 버들이 바람에게 그네가 되어주고 새가 냉이를 쪼고 비둘기가 새 흰옷을 입는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시인은 봄은 춥고 어두운 긴 겨울을 거쳐서 만나는 연인으로 상징화한다는 점이다. 

봄은 다름아닌 “압제하던 통증”을 이기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사랑인 것이다. “사랑아/사랑아/그리우면 이렇게 오는 거다” 이 싯귀는 사랑도 봄도 모두 고난 속에서 성숙해진 영혼이 수확하는 열매임을 전하는 희망의 복음이다. 

그렇다. 그리우면 온다 자유 민주 평화의 새 세상도.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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