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성호] 흔적
- 22-03-14
이성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흔적 痕跡
여름 낮 내내
낭만을 좇던 해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형형색색의 발자국
그기엔 각기 걸 맞는 애환이 묻어있다
같은 시각 서울 도심에는
“땡땡땡” 동대문을 돌아 미도파 앞을 거쳐 서울역으로 가는
전차의 종소리
단 한곳뿐인 상징적 의미의 70미리 대한극장 앞길
날이 밝기가 무섭게 표를 구하려고 모여든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극장 옆 필동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에는 대목을 놓칠세라 야바위 꾼들의
바쁜 손놀림에 주변 경계를 위한 잽싼 눈초리
만세대가 선호하는 명동의 중심부
카이젤 콧수염의 서부 사나이는 아까부터 시라노 백화점에 우뚝 선 수문장
유서 깊어 무게 감 더하는 명동장 오비스 케빈 그런가 하면 본전다방 까지도
코스모스 백화점 지하 뉴 브뤼셀 무교동 낙지골목 유명 술집 몽블랑
그리고 또 있다
뉴코리아 호텔 아스토리아 호텔 가든 호텔 맨하탄 호텔등 이들 모두는 서구의 물결 선두 주자들
가고 싶던 곳도 머물고 싶던 곳도 이제는 저 만치서 멈추어버린 지금
“땡 땡 땡”
자정이 가까운 지금 미도파 앞에는
마포 종점으로 가는 마지막 전차의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가
이 모든 것들이 해변에 남겨진 발자국처럼 만들어졌다가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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