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국민의 선택은 '심판'이었다
- 22-03-10
개표율 95%에 48.56% 득표해 0.73%p차로 李 앞서…역대 최소 득표율차 '신승'
박근혜 탄핵 5년만에 재집권 성공…여소야대 정국 속 방역·경제성장·국민통합 등 과제 산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다.
KBS는 10일 오전 2시16분쯤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고 판정한 데 이어 오전 3시 23분쯤 당선이 확실하다고 판정했다. 전날 오후 8시쯤 개표가 시작된 지 약 7시간 만이다.
개표율 94.72% 상황에서 윤 후보는 48.56%(1553만3213표)를 득표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47.83%(1529만9032표)를 0.73%p(포인트) 앞서고 있다.
이대로 곧 개표가 완료될 경우 윤 후보는 1987년 이후 최소 득표율 차이로 당선되는 대통령이 된다.
개표 초반 이 후보가 앞서갔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좁혀지면서 개표 시작 4시간20여분만인 이날 오전 0시31분쯤 개표율 50%를 넘긴 상황에서 처음으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고 이후 줄곧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개표 순서상 관내 사전투표에 이어 본투표 개표가 진행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윤 후보의 득표율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투표에서는 이 후보 지지자들의 투표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이 후보 47.8%, 윤 후보 48.4%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0.6%p 차이로 앞설 것이라고 예측해 실제 개표 결과와 매우 근접했다. 이번 대선 잠정 투표율은 77.1%로 지난 2017년 19대 대선 투표율(77.2%)보다 0.1%p 낮다.
윤 후보의 당선으로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긴 지 5년만에 재집권에 성공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지 1년 만에 차기 대통령직에 오르게 된다.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자,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2019년 검찰총장 임명 직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겪으며 정권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여러 차례 충돌한 끝에 임기를 4개월여 앞둔 지난해 3월 4일 스스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검찰총장 사퇴 이전부터 각종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등장했으며, 지난해 7월 말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정계 입문 7개월여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사건'을 일으켰다.
그의 당선은 대선 정국 내내 과반을 넘나들었던 '정권심판' 여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내로남불' 비판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크게 높아진 데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급등과 극심한 전세난 등이 민심 이반의 원인이었다.
문재인 정권에 의해 임명됐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현 정권의 아픈 곳에 대한 수사에 주저함이 없는 '강골 검사'의 모습이 부각되면서 그는 '공정과 정의'를 원하던 국민들에 의해 금세 반문(反문재인) 진영의 상징적인 인사로 자리잡았다.
이밖에도 대선 기간 내내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괴롭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선거일 6일을 앞두고 전격 성사시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극적인 후보 단일화도 부동층의 마음을 돌리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의 차기 정부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확진자 규모가 정점을 향해 폭증하고 있는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비롯해 지친 국민들을 일상회복으로 이끌어야 하는 일이 급선무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대전환 시대를 맞아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신산업 성장을 일궈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생을 도모해야 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반도 긴장을 비롯한 외교안보 위기 등 대한민국이 처한 안팎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특히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 과정에서 극심했던 진영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의 정치를 통해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윤 후보가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차기 정부와 국회 간 긴밀한 협조가 관건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이 172석의 압도적 과반을 점하고 있어 향후 2년 간 임기 전반부에는 '여소야대' 정국이 불가피한 탓에 국정운영 동력 확보를 위해선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더구나 윤 후보는 이날 1%p 내의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로 당선될 것으로 보여 차기 정부에서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적은 표차로 당락이 갈린 것은 1997년 제15대 대선으로,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불과 39만557표(1.53%p) 차이로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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