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춘혜] 대합실(待合室)
- 22-03-07
이춘혜(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대합실(待合室)
언제나 만남과 떠남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대합실
차車가 도착하자
기다리던 사람들의 눈빛이 보석처럼 빛나고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간 대합실
구석구석엔 집 없는 이들이 모여 잠들고
구겨진 현실처럼 떨어져 나뒹구는 휴지 조각들!
막차는 떠났건만
예정표에도 없는 시간
대합실을 서성이며 생판 모르는 얼굴을 더듬으며
행여 만나려나 기다리는 사람들—
기적소리는
몽매에도 그리던 임을 찾아가는
슬픈 사연에 목이 메인 듯
목쉰 소리로 울며울며
낯선 산마을과 들을 마구 지나쳐 간다.
차가 정거할 때마다
귀 금석 모양 번쩍이는 눈동자들!
수없이 낮과 밤은 교체되어 연륜이 쌓이는데
언제나 보람을 찾을는지… …
추위, 피로, 서글픔까지 몰고 온 고단한 생리!
밤을 지피는 바람 소리 속에
그대가 나를 부르는 소리
환청幻聽 되어 들려오는데
모래알처럼 씹히는 고독을 알알이 반추反芻 하며
차라리 눈감고 막연히 기다리는
가련한 두 눈에
별빛은 소리 없이 깃든다.
슬픔의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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