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격전 좌절!…이들 우크라 군인의 투혼이 전쟁 판도 바꿨다
- 22-03-05
호스토멜 공항서 맹렬히 싸운 우크라군, 푸틴의 계획 망가뜨려
강력한 저항에 우크라군 추가 투입 가능해…침공 첫 날 공항 재탈환 성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오전 5시50분 긴급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해 해당 군사작전을 실시한다고 했으나 실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해 하르키우(하르키프), 르비우(리비프), 오데사 등을 여러 방면에서 타격했다.
키이우 인근에 있는 호스토멜 공항(안토노프 국제공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맞서 결사 항전한 끝에 전격전을 벌임으로써 재빠르게 우크라이나를 집어삼키려는 푸틴의 계획은 뒤틀어졌다.
이날 호스토멜 공항을 포격하면서 러시아는 이곳을 거점으로 공수부대, 특수부대들을 재빠르게 투입하길 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공항을 활용해 착륙하려는 것을 간파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맹렬히 싸웠다.
결국 러시아군은 추가적인 군대와 보급품을 육지로 이동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군은 식량이나 연료 보급 등의 병참 문제를 겪으면서 사기가 크게 저하됐다. 이와는 다르게 강력한 저항을 보이는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러시아의 전격전은 실패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완전히 중단시킴에 따라 이후 전투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고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지도부들의 계획도 수렁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러시아군에 맞서 싸운 우크라이나의 낙하산 부대 소속 아나톨리 하르첸코 중위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
◇ 러 침공 후 가장 중요한 전투는 호스트멜 공항서
보도에 따르면 호스토멜 공항 교전 징후는 24일 오전 7시에 나타났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실행하겠다고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당시 러시아군의 포격에 의해 주변 건물의 창문이 박살이 나고 있었다.
러시아군의 침공에 우크라이나 공수부대원들은 어둠을 뚫고 ‘호스토멜 작전’에 투입됐다. 부대원 중 몇 명은 공항으로 향하던 중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하기도 했다. 동료들의 희생을 지켜보면서도 하르첸코 중위는 비행장을 점령한 뒤 수백 명의 군인들을 추가로 투입해 재빨리 키이우를 점령하려는 푸틴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진격했다.
이미 러시아 공수 정예 부대가 헬리콥터를 타고 상륙한 상황이었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호스토멜 공항을 점령했다고 전하고 있었지만 하르첸코의 부대는 계속해서 진격했다.
러시아군은 콘크리트 방어벽을 등지고 하르첸코를 향해 사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다른 우크라이나 부대의 추가 투입을 막기 위한 움직임도 가져갔다.
하르첸코 중위는 당시를 회상하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위태로운 것인지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초기부터 러시아군에 의해 공항이 점령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공항에는 긴 활주로가 있어서 러시아군이 다소 쉽게 통제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호스토멜 공항 근처에는 병력이 부족했다. 대부분 중장비와 병력은 이곳으로부터 수백 마일이나 떨어진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루간스크) 지역에 배치됐다. 푸틴이 분리 지역에서의 군사 작전을 펼친다고 했으니 우크라이나도 이에 대응해 주 병력을 해당 갈등 지역에 배치한 것이다.
병력수가 부족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달성해야 할 목적은 분명했다. 이때 우크라이나는 제4 신속대응여단을 투입해 호스토멜 공항 탈환작전을 실시했다.
이때 여단 소속 중위 안드리 쿨리시는 러시아군과 비교해 열등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마치 총격전인데 우리만 칼을 들고 싸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공군은 우크라이나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낮게 비행했고 공항과 인접한 군사 기지에도 포격을 가했다. 당시 우크라이나군 중 일부는 잠수를 시도하는 등 긴급히 대피했다.
◇ 러 포격에 당황했지만 이내 작전 간파한 우크라군…맹렬히 저항하며 병력 추가 투입 시간 벌어
쿨리시는 그간 동부의 러시아 주도 무장세력에는 공군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공중 폭격을 받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쿨리시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방어군은 곧 방향을 잡았다.
이들은 공항을 기점으로 퍼져서 대공포와 견착식 미사일, 자동 소총 등을 활용해 러시아군에 반격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30대 이상의 헬리콥터도 동원해 공항과 우크라이나군의 기지를 타격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수송기인 우크라이나의의 므리야가 심한 손상을 입기도 했다. 쿨리시 중위는 수리 중인 격납고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우크라이나 방위군은 이후 헬기 3대를 격추시키는 등 맹렬하게 싸웠다. 우크라이나군의 ‘투혼’에 의해 러시아군은 당황했다. 결국 교전을 벌인 지 3시간이 지난 끝에 러시아 헬기는 착륙할 수 있었고 공수부대는 더욱더 반경을 넓혀서 사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대공 미사일과 다른 탄약들이 부족해진 상황을 맞이했다. 이제 지상뿐만 아니라 공중에서도 러시아군을 마주하게 된 우크라이나군은 철수 명령을 내리고 철수하기 전 부대 깃발을 재킷에 채워 넣었다.
당시 러시아군은 손실을 입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자’ 20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쿨리시 중위는 그의 부대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없다고 밝혔다.
이때 우크라이나 정보부는 벨라루스에서 러시아산 다목적 전략수송기인 Il-76 18대를 우크라이나로 보내겠다는 러시아의 계획을 눈치챘다.
이때 서쪽으로 60마일(약 96km) 떨어진 곳에서 하르첸코 중위가 이끄는 48명의 낙하산 부대는 헬기 3대를 타고 호스토멜을 향해 진격했다.
그들의 임무는 공항까지 충분히 가까이 가서 적어도 첫 번째 Il-76을 제거해 다른 조종사가 감히 착륙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공항 서쪽 들판에 이르자 낙하산 부대원들은 헬기에서 내렸다. 하르첸코 중위는 집들과 들판, 나무와 나뭇가지들이 우거진 도랑을 따라 부대원들에게 빠르고 조용하게 길을 안내했다.
그들이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하자 이들의 머리 위에서는 마이크로 드론이 윙윙거렸다. 러시아군의 눈에 띄인 것이다.
낙하산 부대원들은 그럼에도 계속해서 진격했고 이후 철조망으로 덮인 7피트(약 2.14m) 콘크리트 벽에 부딪쳤다. 폭발물이 부족했기 때문에 하르첸코 중위는 일부 철조망을 제거하고 동료들을 도와 벽을 넘기 시작했다.
5명이 이 작업을 실행하고 있었는데 그때 러시아 기관총이 그들에게 발사됐다. 이 과정에서 이들 중 3명이 크게 다쳤다.
하르첸코 중위는 북쪽에서 공항 주변을 공격하기로 돼 있던 다른 우크라이나 낙하산 부대에게 무전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의 지휘관인 몽크는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후 러시아군은 중화기로 하르첸코 중위가 이끄는 낙하산 부대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수류탄까지 터져 낙하산 부대원들이 누워있던 잔디에 불이 붙기도 했다.
하르첸코 중위는 장벽 반대편에 있는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러시아군에 들릴까봐 걱정했다. 이에 하르첸코는 병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르체코는 당시를 회상하며 "적들이 용케 훌륭한 방어선을 구축했고 상황이 급진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결국 작은 삽으로 벽 아래에 터널을 파서 동료들을 간신히 끌어냈다.
하르첸코 중위는 이후 우크라이나 포병대가 남쪽에서 러시아군을 타격할 수 있도록 좌표를 제공했다.
이후 러시아군과 대치를 벌이던 중 몽크가 이끄는 부대가 북쪽 방면에서 러시아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부대가 민간 차량을 타고 남동쪽에서 돌진하고 있었다.
◇ 우크라 일부 부대, 후퇴 도중에도 끝까지 작전 수행…러는 작전 실패
이들의 강력한 저항이 우크라이나군의 추가 투입이 가능한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낙하산 부대원들은 곧바로 성벽 바깥 들판에 대공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했다.
결국 전세는 역전됐다. 러시아군들은 꼼짝달싹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사령관은 무전을 통해 러시아가 ‘Il-76임무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착륙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곳으로 침투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하르첸코는 당시를 회상하며 “축하할 시간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곧바로 무전으로부터 러시아군 기갑부대가 북쪽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소식을 들었다.
상황을 돌아보니 다리에 총을 맞은 하르첸코 중위를 포함해 낙하산 부대원 중 여러 명이 부상을 입고 있었다.
하르첸코 중위는 결국 철책 반대편에 갇힌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들 중 두 명은 의식이 없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내 양심은 고문을 당했다. 사람들을 잃는 것은 어떤 지휘관에게도 무거운 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부상으로 인해 낙하산 부대는 이후 남쪽으로 후퇴하는 데 이전보다 꽤나 많은 시간을 소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10분 만에 건너왔던 들판을 다른 방향으로 건너는 데 40분이나 걸렸다.
이들은 이후 러시아 장갑차들의 굉음을 듣기도 했다. 이들은 재빨리 매복해 대열의 맨 앞에 있는 탱크를 제거했다. 이후 다른 차량들을 향해 로켓추진수류탄(RPG)을 발사했다. 나머지 차량들은 놀라서 방향을 틀어 도망갔다.
이후 부대원들은 남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때 민간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하르첸코 중위는 어둠에 가려 차량 운전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그때 조수석 유리창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있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이들은 차량 안에 들어가서 곧바로 쓰러졌다.
다음 날 하르첸코와 부대원들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그는 병원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군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 군인은 하르첸코에게 "나는 당신의 눈이다"라고 말했다. 공항에서 울타리를 뛰어넘었던 최초의 낙하산 부대원이었다. 그는 수류탄으로 인해 심각한 허리 부상을 당했지만 기어서 현장을 나와 현지인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던 것이다.
◆전격전(Blitzkrieg·블리츠크리그)이란?
군사작전의 일종으로 다방면에서 상대가 미처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치고 나가 적을 마비시키는 전략을 가리킨다. 초기 진압 속도가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 개전과 폴란드 침공, 프랑스 침공에서 독일군이 보여준 전략으로도 알려졌다. 푸틴은 이 전략으로 우크라이나에 침공해 재빨리 항복을 받아내려 했으나 호스트멜 공항 인근에 있던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의해 결국 작전에 실패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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