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공포'에 달러·원 환율 1214원 마감…1년9개월來 최고

전날보다 9.6원 올라…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대

우크라 원전 화재에 대러 제재·전쟁 장기화 가능성

 

달러·원 환율이 1214원까지 치솟았다. 1년9개월여만에 최고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력 발전소(원전) 화재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9.6원(0.8%) 오른 1214.2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6월18일(1214.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오전 전 거래일보다 3.4원 오른 1208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오전 내내 상승폭을 키우면서 1210원선을 넘었다. 오후 내내 1212원선을 유지한 뒤 마감 10여분을 남겨주고 2원가량 추가 상승했다.

지난달 3일 1206.4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미국발 긴축 움직임이 속도를 내며 하향세를 그렸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2월 24일 8.8원 오르며 1200원선을 넘겼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며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날 AFP통신 등 일부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이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러시아 제재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원전 폭발 시 피해 규모는 체르노빌 사고보다 10배나 더 클 것"이라며 러시아에 포격 중단을 요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행동을 규탄하며 긴급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예고했다.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25bp'(1bp=0.01%) 금리인상 발언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통상 선진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신흥국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 이날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5877억원, 선물시장에서 2846억원을 내다팔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불안과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 증시 순매도의 영향으로 1210원대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작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지금과 같은 달러 강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세계 각국이 긴축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부담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로 연결될 전망"이라며 "선진국 주도의 유동성 축소 시기에 달러화는 항상 강세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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