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와 '인도주의 통로' 합의…자포리자 원전 장악 시도

민가 공격 보고 계속…체르니히우 공습 사망자 수 33명으로 늘어

ICC, 전쟁범죄 조사 착수…英·美, 올리가르히 겨냥 추가 제재 발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개전 일주일 만인 3일(현지시간) '인도주의 통로' 공동 제공에 합의했다. 통로를 통해 민간인 대피 시 일시 전쟁 중단도 약속했다.

다만 2시간여 협상이 이뤄진 시각에도 러시아가 민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정황을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했다.

◇2차 협상 종료…우 "민간인 대피"·러 "군에 식량 전달" 합의  

이날 벨라루스 브레스트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 간 2차 휴전협상은 개시 2시간여 만에 종료했다.  

양측은 민간인 탈출 및 격전지에 의약품과 식량을 전달하기 위한 '인도주의 통로 공동 제공'에 합의했다고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을 인용해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이 인도주의 통로가 이용될 때에는 전쟁을 일시 중단한다는 내용도 합의에 포함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만 우크라 측은 협상 직후 기자들에게 "기대했던 결과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크라 측이 당초 밝힌 이번 협상 의제에는 최전방 민간인 대피로 마련과 함께 '즉시 휴전'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러 측은 "이번 회담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협상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였다. 다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이날 협상 시작 전 "평화협정이 맺어지더라도 우크라 비무장화는 완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은 내주 초 3차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벨라루스 벨타통신은 전했다.

이번 대화는 지난달 28일 첫 협상을 개시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앞서 양측은 벨라루스 호멜주 모처에서 개전 이후 첫 협상을 열었지만, 5시간이나 이어진 대화에도 이렇다 할 결과 발표 없이 다음 회담을 기약한 채 돌아간 바 있다.

◇자포리자 공격 집중…체르니히우 공습 사망자 늘어

 

양국 대표단 간 협상이 이뤄지는 시각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가 등을 공격한 정황이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를 인용한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특히 최대 원전이 위치한 남동부 자포리자주(州) 직할 도시 에네르호다르가 집중 표적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를 인용해 자포리자 원전 마을(에네르호다르)에 러시아 탱크가 진입했으며, 러군이 마을 공격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이틀 전부터 러시아군이 이 곳에 진입해 교전을 벌였는데, 이날부터 상황이 악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원전 주변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는데, 사이렌이 울린 뒤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고 매체는 전했다.

안톤 헤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도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 "러군이 원전 장악을 시도 중"이라며 "러시아군이 현지 주민과 영토방어군이 발전소에 세운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내무부 고문인 바딤 데니센코는 "러시아군이 현재 발전소 직원들이 살고 있는 에네르호다르 마을에 진입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드미트로 오를로프 에네르호다르 시장에 따르면 시내 주택과 건물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으며, 일부 지역은 전기와 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여전히 원전을 통제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CNN은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100km 거리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은 이미 점령한 상태다.

북부 체르니히우 공습 피해 상황도 전해지고 있다. 학교와 민가도 무차별 공습을 받았다고 체르니히우 지역 당국은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산하 비상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33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구조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인 만큼 피해 규모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러군, 아직 수도 키이우 밖 25㎞ 지점서 정체"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전황과 관련해 "수도 키이우로 향하는 러시아군 호송대가 아직 정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CNN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당국자는 "러시아 호송대가 아직 키이우에서 25㎞ 밖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직접 러시아 호송대를 공격해 정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미국으로선 이 주장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영국 군사정보부 당국자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는 러시아 본대는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과 함께 기계 고장, 혼잡 등의 문제로 인해 도심에서 30㎞ 이상 떨어져 있다"고 관측한 바 있다.

영국 당국자는 "3일 동안 러시아군은 눈에 띄는 진전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일부 러시아군이 헤르손시에 진입했고 강력한 포격을 가하는 데도 군사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 당국자는 전날 함락된 것으로 관측된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 상황에 대해 "아직 교전 중으로, 완전히 러시아 손에 넘어갔다고 말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고 본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군 측에서 한 가지 성과가 있다면 헤르손을 거쳐 미콜라이우로 넘어갈 수 있게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와 동명의 주(州) 헤르손은 해상 무역 중심도시 오데사로 넘어가는 관문이다. 미콜라이우는 헤르손과 오데사 사이에 있는 주 및 동명의 주도를 말한다.

전날 러시아군이 헤르손 시 정부 건물을 장악하고, 시장이 통제력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헤르손은 개전 이래 처음으로 함락된 도시로 관측됐다.

◇ICC, 전쟁범죄조사 착수…푸틴 "우크라가 민간인 방패로 이용" 주장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날 전쟁범죄 가능성 조사에 착수, 조사팀이 우크라이나로 출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전쟁 범죄와 반인륜 범죄 및 집단학살(제노사이드) 행위 등의 증거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면서 "민간인을 직접 겨냥한다면 로마법과 국제인도주의법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전쟁 기간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망자 수는 전날 기준 2000여 명으로 집계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우크라군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자국 전사자와 유족 및 부상병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우크라 측 편을 들어 싸운 서방 용병은 그 누구도 전쟁 포로 자격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푸틴과 직접 담판 모색…"전쟁 멈출 유일한 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모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과의 직접 대화가) 전쟁을 멈출 유일한 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서방을 향해 추가 군사 지원도 호소했다. 그는 "하늘을 막아줄 수 없다면 비행기라도 달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넘어가면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가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英·美 대러 추가 제재 발표…'올리가르히' 겨냥

 

서방의 추가 제재도 이어졌다. 특히 이번 추가 제재는 러시아의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를 겨냥했는데, 이들이 해외에 소유한 재산을 압류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줄'을 끊는다는 전략이다.

미국 백악관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과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등을 제재하고, 올리가르히 19명과 그들의 가족 및 관계자 47명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영국 외무부는 우스마노프에 더해, △이고르 슈발로프 전 제1부총리를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을 제재할 경우 190억 달러(약 22조 9000억 원) 상당의 가치가 있으며, 이들은 크렘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영국 외무부는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러시아 기업인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FC의 주요 주주다.

소련(러시아) 국적의 이고르 슈발로프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러시아 제1부총리를 지냈으며, 현재는 러시아 국가개발공사 VEB.RF(브네시코놈뱅크) 대표를 맡고 있다.

브네시코놈뱅크는 유럽연합(EU)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에서 퇴출키로 한 러시아 은행 7곳 중 하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푸틴의 대변인으로서 정치선전의 최고위 제공자라는 게 백악관이 밝힌 제재 이유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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