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장비 수출통제 이어…바이든 "러 석유 금수도 배제 안해"

보좌관들은 정책 역효과 우려…"미국내 소비 줄이는 방안 검토"

EU는 러에 천연가스 40%·석유 25%의존…미국은 원유 8% 수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석유 수입 금지 등의 직접적인 대러 에너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도 고려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다만 백악관 당국자들은 러시아산 석유·가스 제재가 소비자 가격만 올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잇따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여러 제재가 쏟아졌지만 그간 서방은 에너지 제재는 착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전세계 원유의 11% 천연가스의 25%를 수출하고 있어, 대 러시아 에너지 제재가 이뤄질 경우 글로벌 경제 전체에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에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이 러시아 석유·가스 산업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열려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키 대변인은 에너지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고려에 두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도 잃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유가는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공급 차질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대러 석유·가스에 대한 제재가 없음에도 미국내 무역상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보류하는 통에 시장 교란이 발생하고 있다. 

직접적인 수입금지는 아니지만 3일 미 상무부는 러시아군 지원을 위한 핵심 수입원인 러시아 정유사를 대상으로 수출통제에 착수했다. 석유 및 가스 추출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통해 러시아의 장기적인 정유 능력 유지에 필요한 기술에 타격을 가하려는 목적이었다. 아울러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가 러시아 에너지 재벌들의 개인과 자산, 기업 자체에 대한 제재를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미 유럽연합(EU) 및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 통화, 상업은행 부문, 항공사 등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제재도 가했다. 하지만 이 모든 제재는 여전히 가스나 원유 수입이 아닌 우회적 조치라 얼마나 러시아에 타격이 갈지는 미지수다. 

이에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러시아에서 나오는 모든 석유 배럴에는 피가 섞여 있다"(민주시민이나 주변국의 피가 섞여 있다는 뜻)며 더 강하게 러시아를 압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U 국가들은 천연가스 공급의 40%와 석유 공급의 25%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미국의 전체 원유 및 정유제품 수입량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7.9%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3위다. 미국 원유 공급에 러시아가 절대적인 비중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는 있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의 말에도 실제로 러시아에 수입금지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세계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데 전략적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내의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정치적 피해를 보는 상황인데 러시아 석유를 겨냥해 제재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에너지 제재를 가하면 미국인들의 주유소 석유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면서 대신 장기적으로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의 에너지 기축국 지위를 약화시키려고 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백악관 보좌관들도 언론에 현재로서는 당장 에너지 제재를 하지 않을 것을 시사하고 있다. 바라트 바라무르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은 미 언론 MSNBC에 에너지 제재도 테이블에 여전히 있지만 "백악관은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데일립 싱 백악관 국제경제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러시아 석유 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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