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예상 밖 우크라 장기전에 '부들부들'…장기 집권 흔들리나
- 22-03-02
NBC "고립된 푸틴, 점점 편향된 정보 얻어"…폭주하면 체첸·시리아 악몽
WP 러 엘리트, 우크라 병합의견 5% 불과…"지지 유지 어려울 듯"
"실패한 침공은 아니지만, 확실히 흔들리고 있다(faltering)"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나토 사무차장을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1일(현지시간) NBC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이같이 평가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투지(determination)를 심각하게 과소 평가했으며, 서방이 이처럼 단결되고 강경한 대응에 나설 줄은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분석했다.
당초 푸틴 대통령은 속전속결로 키예프를 함락시키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켜 괴뢰 정권을 세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고 러시아군은 아직 키예프는 커녕 다른 주요 도시를 장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NBC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예상치 못한 장기전에 부딪히자, 푸틴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고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고립된 푸틴, 편향된 정보 보고받는 듯
미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교전 상황에 점점 더 좌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러시아 경제가 서방으로부터 전례 없이 가혹한 제재를 받고, 그 뛰어나다는 러시아 군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현재 푸틴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크렘린궁에 출근하지 않고 사저에 고립돼 있는 상황에서 아랫사람들에게 분노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점점 편향된 정보를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 워너(민주·버지니아) 미 상원 정보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은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크렘린에 잘 가지 않고 있고, 보고도 점점 적게 받고 있는데, 그에게 보고하는 사람은 아첨꾼"이라고 주장했다.
서방의 한 외교관도 푸틴 대통령이 고립돼 있으며 잘못된 정보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NBC 인터뷰에서 "관건은 그가 어떤 정보를 얻고 어느 정도로 고립돼 있냐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푸틴,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 효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명 정치 유튜버 브라이언 타일러 코언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가혹한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점차 강화하면서 '완전한 만장일치'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는 장·단기적으로, 특히 장기적으로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푸틴이 유발한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향해 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러시아는 갈수록 커지는 국제적 고립에 직면해 있으며 지난 주말 서방의 제재 영향으로 금융시스템이 휘청거리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대(對)러 제재가 본격화하자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제재로 국제시장 접근까지 차단되고 있다.
이밖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 덴마크, 캐나다, 영국, 폴란드, 불가리아, 체코,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은 러시아 항공기를 영공에서 잠정 폐쇄하겠다고 나선데 이어 미국까지 영공 비행 금지 발표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 항공기가 유럽 하늘길에서 차단되면 일단 남쪽으로 우회하면서도 중동의 위험 지역까지 피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부담이 막대해진다.
◇푸틴 폭주하면 체첸·시리아의 악몽 되살아날 수도
전문가들과 전직 미국 관료들은 러시아가 전례 없는 국제적 압력에 맞서고 있는 가운데 푸틴의 남은 선택지들은 모두 매력적이지 않고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미 러시아군은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군이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저항세력의 사기를 꺾고 늦어진 진격에 다시 불을 붙이려 한다고 전했다.
민간인 거주 지역에 포격이 쏟아지고 있으며,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는 아파트 87채가 파손되고 일부 지역은 수도와 전기, 난방이 가동을 멈췄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대부분 지역은 전력이나 난방이 되지 않고 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적군이 마리우폴 사방에서 몰려와 인프라를 파괴하고 여성, 어린이, 노인들을 살해한다"면서 "그러면서 적군은 이번 공습을 '우리를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라 주장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무차별 폭격과 민간인 거주 구역에 대한 포격을 지시한 전력이 있다. 체첸 내전에서도 그랬고, 시리아 내전에서도 그랬다. 체첸에서는 러시아군이 수도 그로즈니를 포위했을 때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했고, 시리아에서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의 무차별 공습을 지원했다.
버사바우 전 대사는 "다음 단계는 우리가 체첸과 시리아에서 봤던 초토화 전술이 될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죽음과 파괴를 의미한다. 나는 그들(러시아)이 이런 일에 양심의 가책을 그다지 느끼지 않는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먼은 "안타깝게도 최악의 상황은 아직 다가오고 있으며 이번 전쟁은 훨씬 더 추악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푸틴 지지기반 '엘리트', 우크라 침공 끝까지 지지할까
푸틴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섀런 워닝 리베라 해밀턴대학 교수가 4년마다 실시하는 러시아 엘리트 대상 설문조사(SRE)를 인용, 러시아 엘리트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면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리베라 교수는 1995년 당시 러시아 엘리트의 65%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지만, 이런 의견은 점차 줄어 2020년에는 5%에 그쳤다고 밝혔다. 공산주의 붕괴 이후 30년이 지나는 동안 러시아 엘리트들은 우크라이나가 독립 국가라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 엘리트들은 푸틴 대통령의 재임 기간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이 증가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으나, 국내에서 거둔 업적에 대해선 박한 평가를 내렸다. SRE 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소득 불평등을 줄였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WP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푸틴 대통령과 그의 지지기반인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사이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균열이 미미하게나마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리베라 교수는 WP에 "모든 권위주의 지도자들처럼 푸틴도 러시아 최고위층 인사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강경한 제재와 수출 통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 중단 등 서방의 전방위적 대응을 고려했을 때 이는 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트위터에 "위험하다"며 "푸틴의 정통성은 90년대 이후 러시아를 초강대국으로 복귀시킨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구축됐지만, 현재 (러시아) 경제는 엉망진창이고 군부는 망신을 당하고 있으며 서방과 힘의 균형을 다시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사이버전과 핵뿐"이라고 경고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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