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포격, 민간지역 가리지 않는다…'일가족 5명 차에서 폭사'
- 22-03-01
주요 도시 봉쇄 위해 '전지역 포격'으로 전술 바꾼 듯
유엔 금지 무기 사용 정황…"우크라 전쟁으로 난민 50만 이상"
우크라이나가 29일로 러시아 침공 6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전날 러시아 군은 제 2도시 하르키우 내 주거지역에 폭격을 퍼부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수도 키예프에서도 대형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였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올레크 시네구보프 지역행정국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뿐 아니라 사회기반시설이 없는 곳인데도 러시아 측이 주거지에 집중 포격을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 침공 이후 가장 격렬한 포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호르 테레코프 키예프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오늘 무척이나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고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학살이다"며 "하르키우에선 무척이나 오랜 시간 동안 이런 피해가 발생한 적이 없다.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테레코프 시장은 사망자 가운데 4명은 방공호에서 식수를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사망했다고, 또 성인 2명과 어린이 3명이 차안에 있다가 산 채로 불타 죽었는데 이들은 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또 그래드(GRAD) 다연장로켓포 미사일이 도심 중앙에 비오듯 공격을 퍼붓는 장면이 동영상에 담겼다고 전하면서 한 주민은 이번 공격이 "끔찍했다(horrendous)"고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포격이 시작될 때 다수의 하르키우 주민들은 생필품을 보충하기 위해 식료품점과 다른 상점에 긴 줄을 서 있었다. 이 지역은 수일 간의 봉쇄로 인해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포격 이후, 온라인 상에선 파괴된 건물들과 피와 버려진 식료품들이 가득한 거리 모습을 담은 사진이 돌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저항 직면한 러, 민간인 가릴 것 없이 '전지역 포격'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과 보급 문제를 겪고 있는 러시아가 포위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와 지역을 고립시키고자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가 있는 동부 반군 지역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려고 하는데 남쪽에서는 크림반도와 육지와 잇는 다리를 장악하고, 국토를 동서로 나누는 드네프르 강의 동쪽에 있는 우크라이나 주력 부대를 포위하고자 한다.
러시아 군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북동부 제2도시 하르키우에도 둘러싸려고 하고 있다. 마리우폴을 내주게 되면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가 속하는 동부 돈바스 지역과 2014년 크림반도를 연결시키게 된다.
전문가들은 포위 공격을 통해 드네프르 강 동쪽에 있는 우크라이나 주력 부대와 키예프와의 연결을 차단, 보급을 어려게 하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한 관리는 러시아가 하르키우와 마리우폴을 장악한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서부와) 분리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 "(그러면) 동쪽에 우크라이나 군이 무엇을 하든, (키예프와 멀리 떨어진) 거기에 둘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군은 키예프를 포위하기 위해 3개 축에서 꾸준이 진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는 이날 키예프 북쪽에서 64km에 달하는 러시아군의 진군 행렬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을 모니터링하는 오픈소스 정보 그룹 '컨플릭트 인텔리전스 팀'은 이날 트윗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의 사기를 빠르게 떨어뜨려 저항을 받지 않고 대도시를 점령하려던 푸틴의 '특수 작전' 계획은 실패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전지역 포격(area bombings)을 보게 될 것 같다"며 "과거 체첸과 시리아 민간인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유엔 금지 무기 사용 정황
특히 WP는 이번 하르키우 주거지 공격에서 집속탄(Cluster Munitions) 사용이 추정된다면서 러시아가 전시 학대 행위로 비난받은 체첸과 시리아에서 사용한 것과 유사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한 개의 탄 안에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간 무기다. 정밀 타격 무기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내 비인도적인 무기로 분류된다.
집속탄은 가공할 살상능력과 높은 불발탄 비율 때문에 2010년 유엔 집속탄 금지협약이 발효돼 12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하지만 미국·러시아·중국 등 강대국들은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비록 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집속탄처럼 민간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무기의 사용은 전쟁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마크 헤즈나이 무기 담당 부국장은 러시아 군이 '스머치' 집속탄 로켓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공격은 분명히 집속탄의 무차별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며 "분명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또한 이번 전쟁에서 진공폭탄(vacuum bomb)을 사용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미 의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하려는 참상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그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더 많은 무기와 강력한 제재를 얻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및 의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네바 협상은 전쟁 희생자 보호를 위해 1864~194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체결된 일련의 국제 조약으로 진공폭탄 사용이 사실상 금지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공폭탄은 주변 공기에서 나오는 산소를 이용해 고온 폭발을 일으키며 일반적으로 기존 폭발물보다 훨씬 긴 파장을 발생시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엔 "우크라 전쟁으로 난민 50만 이상"
유엔(UN)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난민이 50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난민 50만명 이상이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로 탈출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엔은 지난 28일 민간인 102명이 사망했으며, 총 민간인 사망자는 352명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몰도바 등으로 피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에 따르면 폴란드에는 28만1000명, 헝가리 8만4500명, 몰도바 3만6400명, 루마니아 3만2500명, 슬로바키아에는 3만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몰렸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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