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득(得)과 실(失)
- 22-02-28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득(得)과 실(失)
사람은 누구나 무엇인가를 얻게 되면 기뻐하고, 잃게 되면 우울 해지거나 슬퍼지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우리가 얻거나 잃는 그 대상은 재물일 수도 있고 지위나 권력일 수도 있고 명예나 쾌락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무리하게 얻으려다가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하여 목적을 이루고는 쾌재를 부르기도 합니다마는 노력없이 얻는 것이나 부정하게 얻는 것은 끝내 많은 고통과 씻지 못할 오점만을 남기게 됩니다.
J.포스터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모든 참된 만족은 괴로움을 먼저 지불하고 나서 그 후에 만족을 누리게 되지만, 잘못된 허위의 만족은 먼저 만족을 누리고 난 후에 두고 두고 쓰라린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간에게 불로소득이란 있게 되어 있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얻은 대가를 미리 치루느냐, 그리고 얻는 방법에 따라 얻는 만큼 치루느냐 아니면 몇배로 치루느냐 하는 것 뿐입니다.
이 불로소득에 관한 교훈이 성경에 많이 기록되어 있지만 굳이 성경까지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생활 주변에는 불로소득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사건들이 수 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가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공들여 얻은 것을 허망하게 잃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행운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중국의 고사(故事)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새옹이라는 노인이 애지중지하던 애마가 어느 날 집을 나가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졸지에 그 귀한 애마를 잃은 새옹에게 이웃들이 위로를 하였지만 새옹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그 말이 다른 말들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이웃들이 새옹을 부러워하며 잘 된 일이라고 함께 기뻐했습니다. 그때에도 새옹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 후 어느날 새옹의 외동 아들이 말을 타다가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이번에도 이웃들이 새옹을 찾아와 위로를 하였지만 새옹의 안색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후 큰 전쟁이 일어나 건강한 젊은이들은 모두 전쟁에 나가 전사했는데, 불구가 된 새옹의 아들만은 집에서 아버지를 봉양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고사입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그처럼 기복이 많은 인생사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러한 삶의 변화에서 오는 득과 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연했던 새옹의 태도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얻었다고 기뻐할 때 반드시 그 어느 한 부분에서는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이고, 우리가 무엇인가를 잃었다고 낙담하고 있을 때 그 속에는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유익이 분명히 있습니다.
물질적인 가치를 얻었다고 기뻐할 때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잃게 되고, 정신적 가치를 얻었다고 기뻐하다 보면 물질적 가치는 소홀히 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에 필요한 것을 탐내어 얻을 때 미래에 필요한 것을 놓치게 되고, 먼 앞날을 내다보며 원대한 설계를 하다보면 현실에는 둔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나타나는 모든 일들은 득과 실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그 득과 실을 우리의 삶 속에서 소화시켜 새로운 삶의 동력으로 적용해 나가야 할 숙명적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콩나물이 자라는 이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바구니에 콩을 담고 거기에 매일 매일 물을 주면 그 물은 모두 빠져 나가지만 며칠이 지나면 거기에서 콩나물이 자라납니다. 물을 받는 ‘득’과 물이 빠져나가는 ‘실’이 반복되는 동안 귀중한 영양물이 생성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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