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현옥] 주문진 바다에 눈이 내린다

김현옥(서북미 문인협회 회원)

 

주문진 바다에 눈이 내린다


주문진 바다에 눈이 내린다

모래위에 소록소록

하얀 시간이 쌓이고

졸고 있는 바다 파도를 

달래며

마을은 꾸벅꾸벅 꿈을

꾼다


한여름 붉은 백사장

심부름하던 소년

도시로 떠나던 날

배웅하던 새 한 마리

바위 꼭대기에 동상처럼 서있다


해변가 포장마차 불 빛은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

거렸다

보고싶은 얼굴 

홍합 솥에서 꾸역꾸역 

피고

꽁치 두 마리 타닥타닥

불 꽃에 뒹군다


취한 가슴

초라한 집착을 밤 바다에 토해내며

검은 파도에 잠기고 싶었던 밤도

약속하지 않은 기다림

때문에

덜컹거리며 떠나는 버스 뒤에 다시 홀로 남았다


고통의 바닥에 남은 

첩첩한 고독 

주홍의 담배꽁초

재털이속에 짓이겨지고

앙상한팔 위에 피지못한 

꽃들 말을 잃었다 


불 꺼진 포장마차 

뚜벅뚜벅 눈보라 속으로 

걸어가고

지독한 그리움

그 곳

바다에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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