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對러 제재 어떻게?… 첨단장비 등 수출통제 '보조' 맞출듯

美, FDPR 통해 동맹·우방국들과 제재 공조 모색 가능성

 

우리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對)러시아 제재 행보에 동참하겠단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보폭'을 맞출지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는 24일 오후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은 유엔헌장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무고한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며 이에 적극 동참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대러 제재에 동참한다고 해도 러시아 측의 국내 자산을 동결하는 식의 독자 제재를 부과하는 건 아니란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일부 국가에선 (러시아에 대해) 금융제재를 포함한 독자 제재를 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독자 제재가 아니라 앞으로 미국 정부가 동맹·우방국들과 함께 추진할 대러시아 제재에 함께하는 방식으로 이번 사태에 대응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사회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보다 지금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러시아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주) 지역 내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해당 지역에 러시아군을 파견하자 '1차 제재'를 가했다.

미 정부는 구체적으로 러시아 국책은행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위산업 지원특수은행 PSB 및 42개 자회사를 서방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게 했다. 또 미국은 23일엔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조치도 취했다.

이후 영국과 독일, 일본 등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대러시아 제재조치를 취했다. 영국은 러시아 은행 5곳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 재벌 3명의 자국 내 자산 동결을, 그리고 일본은 러시아 국채 발행 중단과 DPR·LPR 지역인사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등의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또 독일은 '노르트스트림2' 사업승인 절차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제재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부과한 것으로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앞으로 미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각국의 수출통제 공조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가 이날 대러 제재 동참 의사를 밝히며 '수출통제'를 예시한 것도 미국 측이 이 분야에 대한 동참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 공조는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 개념을 활용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 정부가 앞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적용했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러시아 측에도 적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단 전망이 나온다.

FDPR은 미국은 물론 제3국 기업 또한 미국산 소프트웨어·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을 제재 대상 국가로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질 경우 국산 반도체와 스마트폰과 통신기기, 전자기기 등의 대러 수출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앞으로 포괄적인 개념의 수출통제, 경제제재 등에 나선다면 우리나라도 자연스레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수출제한, 첨단장비, 금융제재 등을 시도하고 있다"며 "관련 범위 내에서 우리나라가 따라가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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