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난방비 줄줄이 오를 텐데 어쩌지"…러-우크라 불똥 안방까지

 휘발유 리터당 2000원까지 치솟나…"미리 넣자"는 소비자도

등유·LPG값도 급등…도시가스 보급 낮은 농어촌 난방비 근심 커져

 

"기름값 부담이 장난 아니네요.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가득 채우면 6만원이면 됐는데 요즘은 7만~8만원이 필요해요.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은데 걱정입니다." 

서울과 경북 문경시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박모씨(38)는 "한달에 기름값만 50만원이 넘게 든다"며 혀를 내둘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주유비와 난방비 등 기름값의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휘발유값 1800원 넘어…유가 110달러 이상 되면 10년만에 2000원 시대도

2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814원, 전국 평균은 1750.8원이다. 지난해 2월 가격이 각각 1546원, 1463원이었음을 고려하면 1년새 15% 넘게 오른 셈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 인하까지 했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꺾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문제는 더 오르는 게 기정사실로 됐다는 점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4일 종가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브렌트유는 각각 배럴당 92.81달러, 99.08달러에 마감했다. 한때 10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는 25일에도 역시 큰 등락을 나타내며 불안정한 모습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두바이유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25달러, JP모건은 150달러를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110달러를 넘게 되면 2012년 이후 약 10년만에 휘발유 가격 2000원 시대도 가시권에 두게 된다.

국제유가가 전날 큰 폭으로 올랐다는 소식에 미리 주유해놓자는 운전자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6)는 "기름값이 매일같이 오르다 보니 웬만하면 주유할 때 가득채우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조만간 100달러까지 돌파한다고 하니 퇴근길에 미리 주유를 하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싸게 판다고 팔지만, 기름값에 불만을 나타내는 소비자가 있다"며 "기름값이 올랐지만 (소비량이 줄어)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라며 하소연했다.

◇등유값도 1년새 30% 급등…도시가스 보급 안된 농어촌 난방비 근심도 커져

기름값 상승으로 근심이 깊은 건 난방에 등유와 LPG를 사용하는 서민들이다. 충남 아산에 홀로 거주하며 보일러를 사용하는 심모씨(88)는 "등유 1드럼((200리터) 가격이 작년에만 해도 15만원 수준이었는데 20만원 이상으로 훌쩍 올랐다"며 "난방비가 부담돼서 안방에만 보일러를 돌리는 식으로 아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이나 노후 주택에선 아직 등유나 LPG(액화석유가스)를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수도권의 도시가스 평균보급률이 90.1%에 달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75.9%에 불과했다. LPG나 등유는 동일한 환경에서 연료로 사용할 때 도시가스에 비해 요금이 1.5~3배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도시가스 요금은 정부의 통제 아래 2020년 7월 이후 동결되고 있지만, 등유와 LPG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실제로 전국의 주유소 판매 실내 등유 평균가격은 지난해 2월 넷째주 리터당 883원이었으나 이달 넷째주엔 1196.3원으로 35.4% 급등했다. 국내 취사·난방용 LPG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2월 프로판 수입가격 역시 톤당 775달러로 작년 2월(605달러)보다 28% 올랐다.

충남 금산으로 귀농을 한 C씨는 "기름값이 내려가길 바랐는데 전쟁 선포로 더 오를 것 같아 오늘(25일) 보일러에 기름을 채웠다"며 "시골에 들어와 살아도 세계 정세에 영향을 받아야 한다"며 씁쓸해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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