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수도 키예프 방어전 지속…"민간인 사망자 200명 육박"

28일까지 통금령…우크라 "러군 3500명 사망, 200명 포로"

러 "푸틴, 전날 작전중단 지시했으나 우크라 협상거부로 진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사흘째로 접어든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예프를 지키기 위해 결사 항전을 벌이고 있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오전부터 치열한 교전이 일어나고 있다며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침착하게 실내에 숨어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고문은 이런 상황과 관련해 "러시아군이 소규모 그룹을 키예프에 잠입시켜 교전을 시도했으나 우리 군이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통금령도 내려졌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오후 5시부터 오전 8시까지 시민들의 외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시행 기간은 2월 28일 오전까지다.

클리치코 시장은 "통금 시간 동안 밖에 있는 민간인들은 적군의 파괴 공작원이나 정찰 공작원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밖에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수도에는 러시아 군이 없지만 불행하게도 파괴 공작원들이 있으며 여러 차례의 충돌과 총격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키예프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격퇴했지만 파괴 공작원들이 수도에 침투해 있다고 경고했다. AFP는 키예프 북부에서 민간인 복장을 한 남성이 도로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인근에서는 장갑차와 충돌한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이 의료진에 구조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포돌랴크 고문은 러시아 군 3500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포로로 잡혔다고 주장했으나,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키예프 함락을 노리는 러시아는 이날 새벽부터 시내 한복판에 미사일을 투하했다. 로이터통신과 CNN은 이 중 한 발이 주거 지역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도 주거용 고층 건물 일부가 뜯겨져 나간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민간인 사망자는 200명에 육박했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19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11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러시아 군은 사흘째 이어진 총공세에도 키예프를 수중에 넣지 못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 대부분이 수도 키예프 30㎞ 앞까지 진격했으나, 아직 영공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어 공군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러 크렘린궁 "푸틴, 전날 작전중단 명령했지만 우크라 협상 거부로 계속 진군"

26일 오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 내 작전 중단을 지시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의 협상 거부로 군 작전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어제 우크라이나 지도부와의 대화를 기다리는 동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주력 부대에 진격 중단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본질적으로 우크라이나 측이 협상을 거부함에 따라 러시아의 군사작전은 오늘 계획대로 재개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크렘린궁의 주장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를 상대로 휴전과 평화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포돌랴크 고문은 러시아의 협상 제안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다시 한 번 부인했다. 그는 "러시아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과 최후통첩 요구를 제시했다"며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측의 수용할 수 없는 조건과 최후통첩을 단호히 거부한다.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거부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협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3자 회담을 선제안했고 우크라이나는 회담 장소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 공격 없다면서…주거용 건물 피격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민간 피해는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침공 이틀째인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아무도 우크라이나 국민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간 시설에 대한 공습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침공 첫날부터 아파트와 유치원에 포탄이 떨어지고, 민간인이 사망하고, 주거지에서 로켓이 발견됐다는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소셜 미디어 동영상과 사진, 위성 이미지 등을 자체 분석한 결과, 여러 차례 민간인 밀집 지역에 러시아 측의 공격이 발생했다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4일 도네츠크 동부 브릴이더에 있는 병원 건물에 대한 러시아 군의 공격 등 3가지 사례를 들며 러시아 군이 "민간인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과 병원과 같은 보호 시설에 대한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12만명 우크라 탈출, 85만명 집 잃어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고 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지난 25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넘어온 이들만 1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폴란드 국경수비대 사령관은 "어제는 기록적인 날이었다"며 "대원들이 4만7000명을 폴란드로 들여보냈다. 우리는 모두를 도울 것이고, 아무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모든 폴란드 당국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떠난 피란민은 총 12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켈리 클레멘츠 유엔난민기구 부대표는 이날 CNN에 출연해 "12만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나고 85만명이 거처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안좋아지면 우크라이나인 400만명이 고국을 떠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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