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압살식 '러시아 제재' 돌입…대응 분주한 韓 정부
- 22-02-25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반도체·컴퓨터 등 수출통제 품목 추가 발표
'반도체 강국' 한국 제재 동참…관련 산업군 타격 불가피 할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할 모양새다. 국제사회의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을 결정한 우리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제품 등을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반대로 러시아는 천연가스 등의 주 에너지 수입원이다. 관련 산업군의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전운'에 휩싸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통신설비 등을 포함한 수출통제와 대형은행 차단 등의 추가 제재안을 꺼내 들었다.
제재안에는 Δ러시아의 달러·유로·파운드·엔화 거래 제한 Δ러시아 군대의 자금조달과 증강을 위한 능력 차단 ΔVTB 등 총 1조 달러(약 1204조원) 자산을 보유한 러시아 대형은행들 제재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 엘리트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제재도 추가하고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연설 직후 미 상무부는 보도 자료를 내고 수출통제 품목에는 반도체·컴퓨터, 통신 및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및 센서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제재 방식은 지난 2020년 미국이 중국기업 화웨이에 적용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Rule)'과 같다. 미국은 물론 제3국 수출 제한까지 압박할 수 있어 제재 대상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다.
미 상무부는 민감한 미국의 기술을 사용해 해외에서 만든 대부분의 제품들도 러시아로의 수출이 제한된다는 말로, 이를 확인시켰다.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하기로 한 우리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제재안에 맞춘 방식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 대러 교역 주력 품목군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교역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위다.
주력 수출 품목은 자동차·부품(40.6%), 철구조물(4.9%), 합성수지(4.8%) 등으로, 전체 러시아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수출액 비중을 보면 승용차가 25억4900만달러(약 3조667억원), 자동차부품은 15억900만달러(1조8150억원), 철구조물은 4억8700만달러(5859억원) 순이다. 이번 제재 조치로 교역이 중단되면 이들 산업군 관련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무역협회는 러시아 주요수출 품목 중 수출 기업수가 많은 품목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프타(25.3%), 원유(24.6%), 유연탄(12.7%), 천연가스(9.9%) 등 에너지수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들 품목은 우리나라 전체 러시아 수입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러-우크라로부터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일부 희귀가스(네온, 크립톤, 크세논)도 수입 중인데 이와 관련한 반도체산업의 타격도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수입의존도를 보면 우크라로부터의 네온·크립톤 수입은 각각 23.0%, 30.7%, 크세논 수입은 러시아 31.3%, 우크라 17.8%를 차지했다.
교역 중단으로 인해 직접 드러날 경제적 피해 외에도 '전쟁'이 가져올 세계경제 불확실성은 더 큰 문제다. 국제유가, 원자재값, 국제곡물 등의 가격 급등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쓰나미가 돼 덮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날 국제유가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섰다. 마감장에 다시 100달러 밑으로 내려기는 했지만, 여전히 무서운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24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 대비 77센트(0.77%) 상승해 배럴당 92.81달러로 마감됐다. 북해 브렌트유 4월물도 2.3% 상승한 배럴당 99.0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WTI와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54달러, 105.79달러까지 치솟으며 10% 가까이 폭등했다. 2014년 여름 이후 최고로 두 유종 모두 100달러를 넘겼다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가 발표한 지난 23일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 가격은 배럴당 92.1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올랐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도 각각 92.16달러, 94.05달러를 기록했다.
광물 가격도 치솟았다. 4차 산업 핵심 광물로 꼽히는 니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95% 상승했고, 2차 전지의 핵심 원료인 리튬 역시 291.01%나 치솟았다. 이외에 코발트(42.25%). 유연탄(23.67%), 알루미늄(34.03%) 등도 크게 올랐다.
밀 등 농산품 가격도 연일 급등세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밀산지이자 옥수수, 해바라기씨 등 여러 농작물의 주산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최고치인 135.7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장기화할 경우 국제곡물 가격인상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전날 코스피는 전일보다 2.6%급락한 2648.8로 장을 마쳤는데 이는 지난달 27일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 지수도 3.32% 하락한 848.21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873억 원, 485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우크라 전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행보는 바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본격화됨에 따라 25일부터 실물경제대책본부 내 무역안보반을 가동하고, 수출 상황 점검과 우리 기업의 피해 최소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같은 날 국회도 우크라 사태에 대한 상황 점검을 위해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전체회의를 각각 소집했다.
외통위는 우크라이나에 64명에 달하는 잔류 교민이 있는 만큼 이들의 안전한 철수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고, 국제 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따른 대응책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자위도 이날 오후 3시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 파장에 대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질의할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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