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공습·포격 후 3면 진격…양측 90여명 사망
- 22-02-25
러시아가 24일 새벽 5시 50분(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공격을 개시했다. 약 8시간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과 포격이 쏟아진 가운데 양측의 전사자 수는 90명(우크라이나 기준)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쟁 양상에 대한 양측 군의 발표는 엇갈린다. 우크라이나 군사령부는 동부 돈바스의 최전방 마을에서 러시아 군용기를 6대째 폭파하고 약 5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자국군 최소 40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공군 기지를 무력화하고 방공망을 봉쇄했다며 시설 파괴를 강조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듯 사상자 집계는 내놓지 않았다.
◇동·남·북 모두 포위…러, 우크라 중심부까지 진격
현재 우크라이나는 서쪽을 제외한 모든 방향에서 러시아의 포위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러시아 지상군과 탱크, 중장비가 국경을 넘어 북부 체르니히프와 북동부 하르키프, 동부 루한스크 지역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CNN은 벨라루스 베셀로프카를 통해서도 군 병력이 우크라이나 북부로 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20일로 종료 예정이었던 벨라루스와의 합동 훈련을 연장하면서 이 지역의 병력을 철수하지 않고 있었다.
남부 크림반도 쪽에서도 러시아 병력과 탱크 등이 국경을 넘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와 마리우폴에도 러시아 지상군이 상륙했다는 러시아 매체 보도가 나왔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이미 북부와 남부로 진입한 러시아 호송차량들은 우크라이나 중심부로 진격하고 있다. 서방이 우려한 '키예프 점령'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림반도에서 본토로 북진하는 차량 측면에는 Z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비슷한 시각 우크라이나 북부에서도 중심부로 향하는 Z표시가 그려진 러시아 호송차량이 발견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 키릴문자에 Z가 존재하지 않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이 기호는 키릴문자 I의 변형일 수 있고,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군과 구별해 오발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비교적 안전지대로 분류되던 서부 리비프에서도 공습 사이렌이 울리며 불안감이 조성됐다.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리비프는 최근 수도 키예프 주재 각국 대사관 공관원들도 다수 이동한 곳이다.
◇"진짜로 전쟁 났다" 우크라 주민들 혼란 속 피란 행렬
수도 키예프 주민들은 새벽부터 날벼락 같은 총성과 폭발음 속에 혼란에 빠졌다. 도시 곳곳에서는 경찰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로 계엄령을 선포하며 "오늘은 각자 침착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집에 있으라"고 주문했으나 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했다.
결국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에는 비교적 안전한 서부 지역으로 피란하기 위한 주민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로이터는 키예프 시내 슈퍼마켓과 식료품점에는 전쟁에 대비해 물품을 사러온 시민들로 붐볐다고 전했다.
키예프 주민 니키타(34)는 장바구니에 물병을 가득 담고 계산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생필품을 가득 넣은 백팩을 짊어지고 캐리어를 끌며 열차에 올라탔다. 자가용을 이용한 피란 행렬도 시작되면서 키예프를 빠져나가는 서부 도로도 주차장을 방불케 할 만큼 밀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하루에 인출할 수 있는 최대 현금의 액수를 400만원으로 제한했다.
◇전면전 선택한 푸틴에 국제사회 분노…중국·이란은 러 두둔
이날 앞서 푸틴 대통령은 공격에 앞서 돈바스 지역에 대한 특수 군사작전을 선포하며 우크라이나 점령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불과 수 분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공격을 감행했다.
이런 앞뒤가 다른 행보에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는 러시아에 전례없이 가혹한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정당하지 못하다. 세계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은 러시아에 대해 가혹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엔 서방의 중요 기술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수출통제 등의 조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조셉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또한 "역대 가장 가혹한 대러시아 제재를 채택하겠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례 없는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유 없는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유혈사태와 파괴의 길을 택했다"며 "영국과 동맹국들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분노했다.
러시아에 침공 중단을 거듭 호소했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내 임기 중 가장 슬픈 날"이라며 "인류의 이름으로 세기가 시작된 이래 최악의 전쟁이 될 수 있는 것을 유럽에서 시작하게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반면 중국과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은 러시아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를 '침공'이라고 언급한 외신 기자의 발언을 반박(reject)하며 "모든 나라의 안보 관련 우려는 존중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란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은 이번 전쟁의 원인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도발 탓이라면서도 양측에 "전쟁을 멈추고, 정치적·민주적 해결에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는 여기에 더해 참전 의사까지 밝혔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의 작전에 벨라루스 군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도 "필요 시 우리 군대를 보내겠다"고 발언했다.
로이터는 그가 수도 민스크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와의 3자 회담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앞서 2014년과 2015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민스크에서 만나 프랑스, 독일 및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중재 하에 돈바스 휴전을 약속하는 민스크 협정을 맺은 바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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