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냉전 재현 기류…NYT "핵 대결 버틴 주식이 이긴다"
- 22-02-2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지정학적 위기가 금융 시장과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뒤흔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전쟁과 재난 발발 이후 반등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러시아의 핵무기는 역사에 기반한 시장 전망을 위협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 미소 냉전시대에도 오른 주식
이번 지정학적 위기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당장은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을 높이고 주식을 떨어 뜨리고 있다고 NYT는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간판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고점 대비 10% 넘게 밀려 조정장으로 진입했다.
금리인상 전망, 치솟는 인플레이션, 계속되는 공급망 정체에 짓눌린 증시는 이번 지정학적 위험으로 하방 압력이 더 커졌다.
하지만 모든 주식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유가와 가스가격이 오르면서 에너지 업종은 올 들어 21.8% 뛰면서 S&P500의 11개 업종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다. S&P500이 올 들어 8.8%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또 주식시장에서 전쟁과 같은 위험을 헤쳐 나가며 견디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입증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1941년 일본이 미국령 진주만을 공습한 이후 1년 동안 S&P500은 15% 상승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있었던 2003년 이후 1년 동안 S&P500은 35% 뛰었다.
과거 냉전 시대에도 주식 시장은 활황이었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옛 소비에트연합(소련)의 동유럽 전선 확대를 비난한 1948년 3월 17일부터 소련이 해체된 1991년 12월 31일까지 뉴욕 증시의 다우 지수는 연간 10.05% 올랐다. 그리고 소련 해체 30년 동안에도 다우는 연간 10.07% 상승해 이전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었다.
◇유가, 단기 상방압력…추가 공급에 연말 하락
이미 오른 유가가 추가 상승압박에 놓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1년 전만 해도 배럴당 65달러였던 유가는 10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에 나서면 미국, 유럽의 금융제재는 더욱 강해져 유가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원유와 가스 가격이 단기간에 쉽게 2배로 치솟을 수 있고 가스가격은 더 오랫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리서치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캐롤라인 베인 수석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NYT에 예상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라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할 때 에너지 가격 급등세는 오래 가기 힘들 것이라고 씨티그룹의 에드워드 모스 원자재리서치 본부장은 말했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인 원유와 천연가스가 중단되면 장기적으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이는 러시아, 유럽, 미국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모스 본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올해 말 유가가 배럴당 65달러 미만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라크, 베네수엘라, 미국, 캐나다, 브라질에서 추가 공급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핵합의를 복원하면 일평균 100만 배럴 이상의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
◇러시아산 원자재 부족시 美 공급망 정체 심화
러시아는 원유, 천연가스 뿐 아니라 백금, 니켈, 알루미늄 코발트, 구리, 금, 다이아몬드 등 중요한 광물과 금속도 많이 생산한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고 러시아산 원자재 부족은 미국의 공급망 정체에 추가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일례로 러시아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저감장치에 촉매제로 쓰이는 팔라듐을 세게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그리고 자동차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급등세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러시아산 팔라듐은 주로 노릴스크니켈이라는 기업에서 채굴하는 데, 이 기업이 제재명단에 포함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하면 역사에 기반한 시장 전망이 뒤집혀질 위험이 크다고 NYT는 지적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상황이 악화하면 현금과 미 국채의 가격이 올랐다가 이후 주식 시장에서 살아 남은 냉전의 용사들은 재산이 더 많이 불어난다고 NYT는 전했다. 과거의 역사가 미래에 되풀이 될 것 같지만 100% 확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NYT는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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