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부 승인…10년간 노선·운수권 조정
- 22-02-22
美·유럽 등 34개 노선 슬롯 내려놔야…이전까지 운임제한
국제노선 11개서 운수권 반납도 의무화…"LCC에 새 기회"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다만 두 회사가 보유한 26개 국제노선과 14개 국내노선의 경우 합병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합병으로부터 10년 동안 일정 수준의 슬롯(Slot·특정 시간대에 이착륙할 권리)을 반납·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26개 국제노선 가운데 운수권이 필수인 유럽·중국 등 11개 노선도 운수권 반납을 의무화했다.
당분간 운임 인상도 제한된다. 제한 시점은 슬롯·운수권 이전이 공정위의 목표 수준까지 완료되기 이전까지다. 공급 좌석 수를 축소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공정위는 이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직 타 주요국 경쟁 당국의 심사가 남아 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이는 국내 최초의 '항공 빅딜'로 기록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인한 파급 효과를 심사한 결과, 국제선의 경우 두 회사의 중복노선 65개 중 26개 노선, 국내선의 경우 중복노선 22개 중 14개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화물노선이나 그 외 항공정비시장 등에 대해서는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봤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있는 국내외 여객 노선에 대해 향후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즉, 경쟁 제한성이 있는 26개 국제노선과 8개 국내노선에 대해 신규 항공사의 진입, 기존 항공사 증편 시 회사가 보유한 국내공항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슬롯 반납이 의무화된 국내노선이 8개인 것은 소위 '벽지 노선'인 제주-울산, 제주-여수, 제주-진주 등의 노선은 구조적 조치 대상에서 제외한 결과다.
반납해야 할 슬롯의 최대치는 각 노선별로 정해진다. 만일 양 회사 중 1곳의 점유율이 50% 이상인 노선이라면 결합으로 늘어난 탑승객 수를 이전 수준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슬롯 개수가 상한선이다. 반면 양 회사 점유율 모두가 50% 미만이라면 양사 합산 점유율을 50%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슬롯 만큼이 상한이다.
슬롯의 반납·이전 절차, 실제 이전될 슬롯 개수·시간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실제 신규 항공사의 진입 신청 시점에 공정위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정하기로 했다.
다른 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하는 운항 권리인 '운수권'의 경우, 26개 국제노선 중 운항에 운수권이 필수인 11개 노선에 대해서는 신규 항공사 진입, 기존 항공사 증편 시 회사가 쓰고 있는 운수권을 반납하도록 했다.
운수권 반납이 의무화된 11개 해외 노선은 Δ(유럽)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로마, 이스탄불 Δ(중국)장자제, 시안, 선전, 베이징(부산) Δ(기타)시드니, 자카르타 등이다.
반납해야 하는 운수권 상한선은 슬롯의 반납 개수 산정 기준과 같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기업결합일(주식 취득일)으로부터 10년 동안 이 같은 구조적 조치를 적용받는다.
또한 이 기간에 신규 항공사가 Δ외국 공항 슬롯 이전·매각 Δ운임결합 협약 Δ국내 공항 각종 시설 이용 협력 Δ영공통과 이용권 획득을 위한 협조 등을 요청했을 때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했다.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고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행태적 조치를 부과한다.
특히 각 노선별, 분기별, 좌석 등급별 평균 운임을 2019년 대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노선별 공급 좌석 수를 2019년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하는 행위도 금했다.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불리하게 바꾸는 것도 금지했으며, 마일리지 통합은 기업 결합일로부터 6개월 안에 통합 방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공정위는 "이 건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항공사(FSC) 간 결합이면서 다양한 구조적·행태적 시정조치가 부과된 최초의 항공결합 사례"라면서 "항공업계 경영 불확실성 조기 해소와 양사 통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고 향후 항공산업의 경쟁 시스템이 유지·강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적 조치의 경우 경쟁 외항사와 국내 LCC들의 적극적 진입이 필요하다"며 "정부로서도 두 회사에 집중돼 있던 슬롯과 운수권 개방 조치를 통해 각 노선별 새 경쟁체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유인유지 및 시장감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외국 경쟁 당국(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호주 등 6개국)의 심사 결과가 나올 경우 해당 심사 결과를 반영해 이번 시정 조치의 내용을 수정·보완할 계획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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