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이매자] 용의 남자
- 22-02-21
이매자(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용의 남자
찰깍. 여행 동행자 미국 남자의 카메라 소리.
인천 중국요리점.
원래의 짜장면 요리점 공화춘은
이젠 국수 박물관으로 환생.
여러 개 방이 아편 중독자들의
전용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근처 중국음식점들 사이에는
“마약 국수” 경쟁이 붙었다.
레몬같이 노르스름하고 빤지르르한 국수와
초콜릿 색깔 짜장 소스가 창문 안에 진열.
저 마약 국수 먹어야 돼, 라며 동행인들이 웃어 재낀다.
찰칵찰칵. 또 그분의 카메라 소리.
그의 하얀 머리와 수염. 지혜롭게
주름지고 짜부라진 눈가. 옛날 동양화에서
첩첩산중에서 흐르는 강물과
폭포에서 튀기는 물방울 안개를 흡입하던 도사의 모습이다.
지금 우리가 먹고 난 짜장면 대접에 붙어 있는
짜장 소스 찌꺼기를 사진 찍었나요?
네. 용 보이죠?
용요? 어디요?
조기요.
대접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짜장면 찌꺼기요?
네. 조기 저건 용의 머리. 이건 꼬리. 몸이 휘어져 있죠.
아, 그런 것도 같기도 하고 …
밖 골목길에서찰칵 찰칵. 그이 옆으로 뛰어가
진한 흙색 담장 아래 옹그리고 앉았다.
개들이 다리 하나를 번쩍 들고 사무를 볼 때만한 높이에
누군가 송곳 같은 것으로 둥글둥글 동그라미를
여러 개 겹치게 긁어놨다.
저거 봐요. 용, 용. 저 용들이 내 용 책에
들어갈 거예요. 그의 눈은 용에 취해 눈까풀이
게게 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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