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터지는 굉음…우크라 동부는 이미 전쟁터

NYT 취재 차량 인근에 폭탄 떨어져…"정신 없이 대피"

친러 반군, 우크라 군 공격 주장하며 주민들에 피란 촉구

 

"쾅! 쾅! 쾅!"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파견된 외신 기자들은 19일(현지시간) 차량 주변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귀를 틀어막고 대피에 나섰다.

폭발음에 놀란 뉴욕타임스 특파원 발레시 홉킨스는 동료 기자들과 정신 없이 군 지휘소로 피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폭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고 이후에도 6발 이상의 포탄이 추가로 떨어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NYT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서도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진행한 프레스 투어 도중 포격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미국 CNN도 이날 자사 기자들이 돈바스 지역 취재 도중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친정부 성향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들과 함께 도네츠크 북동쪽 노보루간스코예 지역 전선 상황을 둘러보던 중 공격을 받았다.

다행히 이들 중 포격 직후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특파원 기자들의 보도는 이미 전쟁터가 되어버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친러 반군이 쏘는 박격포와 야포, 휴대용 로켓 등의 수가 이전 이틀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들은 아직 친러 반군 세력의 포격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홉킨스 기자도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대응 사격을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포격으로 자국 병사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다만 친러 반군이 장악한 지역 주민들은 양측에서 포격을 주고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지역에서 폭발이 계속되자 피란 행렬도 이어졌다.

NYT에 따르면 도네츠크주 일로바이스크에 거주하는 인나 살파는 세 자녀와 함께 탑승한 러시아 버스가 어디로 향할지는 몰랐지만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들이 철도역 앞에 주차된 버스에 오르기 위해 정신없이 애쓰는 것을 지켜보며 "아이들이 너무 걱정된다"고 울먹였다.

루한스크 주민 타냐 티냐코바(31)도 "상황이 더욱 불안해지면 이 지역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집은 내가 지었고 오랜 시간 머무른 내 공간"이라며 "이 곳을 떠나 딱히 갈 곳은 없다"고 막막한 듯 말을 이어갔다.

전쟁의 불안감에 사로잡히면서도 막상 떠날 곳이 없다며 걱정하는 주민들이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이들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NYT는 전했다.

돈바스 지역에는 발전소와 상수도 시설, 화학공장 등 공격목표가 될 수 있는 주요 산업 인프라가 다수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최대 비료 생산시설 중 하나인 화학공장도 이 지역에 있다. 교전시 폭발에 노출될 경우 유독가스 등이 유출돼 대규모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화학공장이 위치한 스비틀로다르스크 지역에는 다수의 집중 포격이 가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지역에 이날 오후 2시까지 59발의 포탄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명분을 얻기 위해 해당 시설에서 유독성 화학물질 누출 사고를 일으키는 자작극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러 반군 당국은 우크라이나 군의 포격이 임박했다며 주민들에게 이 지역을 떠나 피란 갈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러시아 정부도 이 지역에서의 피란민들을 로스토프 지역에 머물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피란민들에게 1인당 130달러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고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NYT는 19일까지 이미 수천명의 사람들이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침공 가능성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서방국가들의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이날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를 마치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침공을 하고 난 뒤 제재를 가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우리의 경제가 붕괴하고 영토 일부가 점령된 뒤 당신들의 제재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백악관은 "해리스 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위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했다"며 "러시아의 침공 시 신속하고 가혹한 경제적 조치를 설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당장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시작해야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서도 외교적 해법을 위해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