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달라졌다'…우크라 사태 '동맹 규합' 외교 최우선
- 22-02-18
아프간 철수 혼란·'프랑스 뒤통수' 오커스 실수 만회 시도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 역할 미미했던 성찰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유럽 동맹 규합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수 혼란과, 결과적으로 프랑스에 '뒤통수를 친' 오커스(AUKUS) 출범 등 취임 첫해 빚은 외교적 실수를 만회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으로 동유럽 긴장이 고조되자 미군 수천 명을 파병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병력을 증강했다.
또 미 정보당국이 포착하는 러시아 군 전술, 군대 움직임은 물론 구체적인 침략 계획 같은 첩보까지 유럽 국가들과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아울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침공 시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시사하며, 유럽 동맹과의 공동 제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 제재 중 '핵심 카드'가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사업 '노드스트림2'인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독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을 유럽 외교가에서는 긍정 평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월 20일 취임 일성으로 "미국이 돌아왔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탈피 의지를 시사했다.
그러나 상반기에는 영국 등 유럽 국가도 참전한 아프간에서의 철군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가 하면, 하반기에는 영국·호주와의 앵글로색슨 안보협의체 오커스 출범을 전격 발표해 유럽 동맹을 분노케 했다.
아프간 철수 결정은 미국이 혼자 내렸지만 그로 인한 혼란은 유럽 국가가 같이 감내해야 했던 데다, 유럽 국가들에 '유사 시 미국이 동맹 방어를 포기할 수 있다'는 불안을 낳았다.
오커스는 공식 발표 며칠 전 유럽에 출범사실을 통보(정식 통보 여부도 의견이 분분)만 한 데다,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 기술 이전을 약속, 결과적으로 프랑스가 호주와 맺은 수십억 달러 비핵 잠수함 건조 계약 취소를 야기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미국이 정말 돌아왔나'라는 의문이 팽배했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과의 외교 최우선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가 취재한 백악관 고위 당국자 2명은 지난주 미 정보 당국이 이달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수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유럽 동맹국과 공유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화 통화와 대면 회담 방식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과 활발히 대화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실수를 만회하려는 다짐도 반영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 점령한 상태에서 국민투표를 열고 반대 세력이 투표를 보이콧하는 사이 친러 세력을 결집해 찬성 우세로 크림반도를 병합했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역할은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바이든은 부통령이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부통령 최고 보좌관이었다.
이에 바이든 팀 인사들은 러시아의 재침공 위협을 파악한 작년 11월부터 비상 계획을 가동하며 '2014년보다 더 잘 준비하겠노라'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불안에 휩싸이는 상황에서 미국이 제일 먼저 키예프 주재 대사관 철수를 발표하며 위기감을 높인 건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국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부터 무려 세 차례에 걸쳐 공관 인력 및 그 가족에게 철수 지시를 내리고 자국민 대피 권고를 했는데, 우크라이나에서는 '금방이라도 키예프가 무너질 것이란 인상을 줬다'는 불평이 나왔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부과할 제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재 패키지 구성과 침공 시 각 제재 순서를 어떻게 매길지 등 관련 자문이 오가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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