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비둘기' 파월, 침체 없이 '물가 파이터' 전향 성공할까
- 22-02-16
美 인플레이션, 전년동기 대비 7.5%…40년 만에 최고
"성장 해치지 않으면서 뜨거운 물가 식혀야 하는 힘든 과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초대형 비둘기라는 명성을 얻었고, 2년이 지나 이제 매로 돌변할 태세다. 통화정책을 설명할 때 완화(금리인하)는 비둘기, 긴축(금리이상)은 매로 비유된다.
파월 의장이 비둘기에서 매로 2년 만에 전향하는 된 배경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은 7.5%로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문제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으로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침체 없이 물가 잡기의 어려움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놓쳤고 파월 의장이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길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월 의장이 경제적 구제안을 잘 설계했지만 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 뜨거운 물가를 식혀야 하는 힘든 과제를 떠 안았다고 WSJ는 설명했다.
물론 파월 의장이 직면한 경제 현실은 역대 연준 수장이 겪은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전대 미문의 보건 위기에 미국은 물론 미국 교역국의 경제까지 폐쇄됐었다. 중앙은행 수장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이슈들이 차고 넘친다. 바이러스가 언제 물러날지, 공급망 정체가 얼마나 빨리 풀릴지, 근무형태와 소비선호도가 코로나19 이전 패턴으로 얼마나 돌아갈지는 모두 불투명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는 오판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8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목표를 기존 2%에서 '2% 이상'으로 바꾸며 완전고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기과열, 물가상승을 용인했다. 과거 연준의 정책이라면 금리가 선제적으로 올라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2%를 넘기 전에 실업률이 떨어지면 금리를 올리는 식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정책틀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백신 보급이 시작된 지난해 봄부터 인플레이션은 치솟기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제품에 대한 보복성 소비가 급증했고 반도체와 같은 중간 제품이 부족하며 물류가 막혔다. 하지만 연준은 경제 재개에 따른 일부 항목의 이상 가격폭등으로 판단,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이어갔다.
◇우크라 위기처럼 통제 벗어난 위험 산적
일시적이라던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폭넓게 확산했다. 또 연준은 2021년 3월 통과된 1조9000억달러어치 재정부양을 감안해 성장, 인플레이션 전망도 더디게 조정했다. 당시 재무장관 출신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연준은 지난 여름이 끝날 무렵에서야 전망을 바꿨고 지난해 11월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을 결정했다. 그리고 테이퍼링 결정이 나온지 3개월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다음달 금리는 2006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폭이 0.5%p가 되거나 올해 남은 7차례 회의마다 금리를 올리거나 혹은 일정에 없는 긴급회의를 개최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연준에 있어 상당히 이례적으로 돌변하는 것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은 2015년 시작됐던 점진적 기조와는 다를 것임을 시사한다. 오히려 1994년과 비슷할 수 있는데 당시 알랜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첫 1년 동안 금리를 3%p 올렸다. 하지만 예상보다 급격한 긴축으로 침체우려가 커지자 연준은 이듬해 1995년 금리를 내려야만 했다.
게다가 연준 통제를 벗어난 위험이 많아 정책이 잘못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험이나 아시아의 방역강화에 따른 공급망 정체 지속 가능성도 여전하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대로 연말 완화되더라도 오른 임금과 주거비로 인해 내년까지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 침체 위험은 커진다고 보스턴 연준의 에릭 로젠그렌 총재는 전망했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미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며 공급 충격과 임금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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