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누구 편일까…복잡해지는 푸틴의 우크라 공격셈법

진흙탕 시즌 '라스푸티차'…병력 이동시 불리

미사일 공습시 날씨 영향無…악천후 진격 훈련

 

"나치가 설마 진흙탕을 뚫고 오겠나"

1941년 독·소 전쟁 당시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은 독일 나치군이 러시아 지역의 동장군과 땅이 진흙탕처럼 변하는 '라스푸티차'(Rasputitsa)를 뚫고 침공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치는 스탈린의 예상을 깨고 진격했으며, 모스크바를 3~4개월 안에 함락시키겠다고 호언했다.

역설적으로 러시아를 구한 것도 바로 날씨였다. 모스크바 전투에서 나치군은 진흙탕처럼 변해버린 대지 때문에 병력 이동과 보급 등에 차질을 빚게 돼 공세에 차질을 빚었다. 

이처럼 날씨는 러시아의 전쟁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러시아의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있어서도 날씨가 중요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스푸티차 시작되면 진격 어려워

21세기 현대전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의 경우 날씨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CNN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기온이 떨어지면 땅이 굳어 병력 이동이 쉽지만 날씨가 따뜻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의 토양이 진흙으로 변해 병력이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

라스푸티차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지역 등에서 벌어지는 자연 현상이다. 보통3월말 해빙기와 10월 초, 가을 장마철에 토양이 진흙처럼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라스푸티차가 일어나면 웬만한 자동차는 물론이며, 장갑차도 통행이 어렵다.

라스푸티차는 러시아 군대의 진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군대가 월활히 이동하기 위해선 기온이 더 내려가 땅이 얼거나, 토양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후변화라는 변수도 있다. 올해 동유럽 지역의 기후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따뜻했다. 유럽연합(EU)의 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동유럽 지역의 기온은 1월 평년보다 1~3도 더 높고 습했다. 이는 곧 우크라이나 토양이 진흙탕으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국토의 80%가 경작이 가능한 비옥한 흑토지대이며, 비포장도로가 많아 이곳이 진흙 범벅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전문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2월에 침공하리라 예측하는 이유는 3월 말 해빙기가 다가오면 라스푸티차 기간이 겹쳐 러시아군의 진격이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날씨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요소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땅이 얼어붙어 통행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관리들도 푸틴 대통령이 3월 말 이전에는 우크라이나로 이동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미사일 공습 가능성…악천후 오히려 유리할 수도

하지만 날씨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영향을 별로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라 마시코트 랜드 코퍼레이션(RAND Corporation) 수석 정책 연구원은 이러한 기후 요인이 작은 변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러시아의 정밀 유도 미사일과 공습 등은 이러한 라스푸티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달 러시아는 약 300마일(450km)의 범위를 가진 이스칸데르 탄도 미사일 상당수를 우크라이나와 인근에 배치했다.

아울러 다라 연구원은 육군도 라스푸티차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러시아가 이미 라스푸티차를 비롯한 다양한 기상 조건 속에서 충분히 훈련해왔다고 지적했다. 땅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진격하는 것이 러시아 육군에게 더 유리하겠지만 라스푸티차 시기에 진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특히 탱크 같은 경우 진격이 느릴 수는 있지만, 러시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구조 차량과 가교 물품 등 대비책을 세워놓은 상태라고 다라 연구원은 덧붙였다.

라스푸티차 같은 토질 문제 이외에도 '구름'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유불리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충돌 초기에는 탱크와 같은 기계화 부대보다는 공습과 미사일 공격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좌표가 알려진 고정된 군사 시설 같은 경우 탄도 미사일이나 포병이 공격하는데, 이 때 구름 낀 날씨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반면 고정된 시설 외에 이동하는 우크라이나군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구름 낀 날씨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공수부대를 투하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맑은 날씨가 유리하다. 그러나 흐린 날씨가 러시아군에게 이로울 수도 있다. 즉 우크라이나군의 위성 정찰이나 공중 작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중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는 개전 초기 악천후가 유리한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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