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과학] 옐로스톤 온천의 기적…코로나19 잡는 첨병될 줄이야

극한미생물 속 '고온 DNA 중합효소'…PCR 효율화의 키

 

"살균을 위해서 끓는 물에 삶아주세요."

강한 열을 가하는 것은 약품 없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미생물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으니 '극한 미생물'이다. 일부 미생물은 물이 끓는 온도보다 높은 120도(℃)에서도 살아남는 경우가 있다.

생물은 높은 산성이나 염기성 환경, 어느 정도 범위 바깥의 온도, 고염분 등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원인으로 주로 언급되는 것이 단백질 변성에 따른 효소 활성 저하다. 예를 들어, 온도가 높아져 효소 단백질이 기능을 상실하면, 생명 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은 1960년대에 깨진다. 토마스 브록(Tomas D. Brock)이라는 미국의 미생물학자가 옐로스톤 국립 공원의 온천지역에서 고온 박테리아를 발견·분리하면서다. 이 발견은 1967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되어 과학계의 이목을 끌게 된다. 이후 브록 박사의 연구는 '극한 미생물'에 대한 연구로 이어진다.

극한 미생물은 대부분의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사, 번식 등 생명활동이 가능하다. 또 이러한 생명 활동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생체 촉매인 극한 환경에서 작용하는 효소도 가지고 있다.

이 연구는 한 학자의 상식을 깨는 '기초 연구'에 머무를 수도 있었다. 향후 이 발견은 지금은 상업적으로 쓸모없어 보이지만, 큰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초과학의 잠재력'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브록 박사가 발견한 T.아쿠아티쿠스(Thermus Aquaticus)에서 발견된 효소가 DNA 증폭에 유용하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진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PCR의 본래 이름은 '중합 효소 연쇄 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이다.

1980년대에 현재 PCR로 발전하는 DNA 증폭 기술은 첫 발걸음을 떼는 단계였다. PCR은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며, 소량의 DNA 조각을 2의 제곱으로 늘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우선 주어진 DNA 이중나선에 열을 가해 분리, 2개의 DNA 사슬로 만든다. 2개가 된 사슬은 주물 제작 과정의 주형의 역할을 한다. 각 사슬에 DNA 중합 효소가 DNA 분자 조각을 가져다 붙여 새로운 이중나선을 만들어 낸다.

처음에 1개였던 이중나선이 나선 해체-복제의 과정을 거쳐 2개의 나선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사이클(주기)이라고 부른다. 매 사이클에서 DNA의 양은 2배로 늘어나게 되는데, 분석에 필요한 양을 얻기 위해 40~50번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DNA 사슬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9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온도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일반적인 대장균에서 추출한 DNA 중합효소는 해당 온도에서 변성되어 활성을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 사이클마다 가열한 실험 튜브를 열고, 대장균의 중합효소가 작용할 수 있는 낮은 온도로 낮추고, 효소를 새로 넣어주고, 반응을 기다린 뒤, 다시 튜브의 온도를 높이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연구진은 1970년대에 발견된 T.아쿠아티쿠스의 DNA 중합효소는 높은 온도에서도 활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실험에 착수. DNA 증폭을 효율화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PCR은 발전을 거듭해, 분자생물학의 대중적인 도구가 되었다. 이때의 기술을 바탕으로 인류는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분석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유전자 편집의 영역에도 다다랐다. 또 유전자 분석 기술은 인류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을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어느 과학자가 온천을 바라보며 시작된 기초연구가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살리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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