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미선] 비릿한 커피에 대한 단상

김미선(서북미문인협회 회원)

 

비릿한 커피에 대한 단상                                                    


한인지를 읽는데 갑자기 활자 속에서 

무언가가 스르륵 새어 나왔다. 

그 많은 커피를 누리고 먹고 나누었는데 

한 번도 꺼내진 적이 없던 기억의 창고 속 그 날


프로야구가 시작되던 해

겨울은 청량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른 출근 시간을 두드리며 베테랑 언니가 찡긋 날 꼬였다

벌써 친해진 우린 팔짱으로 쨍한 공기를 열며

킥킥 개그를 풀었다


얼굴에 늘 악어백 채우고 다니던 서리아저씨 피해

다시 킥킥

새소리내는 이층계단을 올랐다

베테랑 언니랑 몰래 사내 연애하던 분이 먼저 와있다

새로 온 분이니 잘 모셔요

반갑다는 하이힐의 비즈니스 웃음에

사회초년생이 쭈빗대고 있을 때

계란노른자 동동 흔들리는 커피와의 첫 만남


문화충격, 

달디단 다방커피를 거의 마실 때까지 

터뜨리면 안된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후

다른 길을 가겠노라 그 곳을 떠날 때까지 

우리들의 아지트는 레트로음악과 커피향으로 가득 했었다


소슬바람 불던 어느 날,

결국 따로 백년가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깃줄 이슬에 걸렸다 

그들의 이별이 무척 아팠다고 귀를 울게 했다

시애틀에도 계란커피 들어왔다는 소식에

영등포역 앞,  

검은 바다 속 비린 해 꿀꺽했던 날이 살아났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