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영광 재현 원하지만'...짙은 먹구름 낀 베이징올림픽
- 22-02-02
中, '올림픽' 통해 美 버금가는 대국으로 부상 선언 계획
코로나·외교적 보이콧부터 우크라 긴장까지…반쪽짜리 올림픽 위기
"새로운 천년의 가장 멋진 광경"
중국이 공개적으로 초강대국으로의 선언을 하던 현장은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조차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로 장관이었다.
1만5000여명의 공연단이 보여주는 중국 역사와 문화의 진수는 전세계 사람들을 홀렸다. 10년 후 평창올림픽 개막식 예산의 10배인 6000억원을 쏟아 부은 축제 현장 하늘을 수놓은 폭죽만 54톤에 달할 정도였다.
세상 모든 화려함을 모아놓은 듯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세계속 중국의 비상을 공표하는 현장이었다. 올림픽 현장은 '죽의 장막'으로 대표되는 오랜 침묵과 은둔의 이미지를 깨고 동아시아 문화의 근원지인 중국의 문화와 문명, 그리고 자신들의 힘을 세계에 과시하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세상의 모든 이목을 올림픽에 집중시키려던 중국의 계획은 성공으로 귀결됐다.
조지 W.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을 포함해 약 9만1000명의 인사들이 개막식 현장을 찾았고 전세계 인구의 3분의1이 중국의 비상을 TV로 지켜봤다. 모두의 관심속 중국은 달콤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14년 후. 중국은 같은 장소에서 모두의 관심속 새로운 꿈을 담은 비전을 선포하고자 했다.
14년 전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면 이번에는 미국에 버금가는 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자 계획했다.
중국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과거의 성공을 재현하기 위해 당시 개막식 연출을 총괄하며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영화감독 장이머우를 다시 불렀다.
그러나 14년 전과 달리 오는 4일 개막하는 올림픽 개막 현장은 전세계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Δ끝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Δ미국 등 일부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선언 Δ우크라 둘러싼 갈등 고조 등 중국 앞에 놓인 악재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년 째 팬데믹…엄격한 통제속 올림픽 규모 축소 불가피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보고된 뒤 2년이 넘게 흘렀지만 여전히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 중국은 팬데믹 시작이래 엄격한 통제 속에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것을 막아왔다.
실제 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5명에 불과할 정도로 전세계가 오미크론발 대유행을 겪고 있는 것과 상반된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비한 중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는 반대로 대규모 올림픽 축제를 계획 실현에는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14년전 개막식에 1만5000명의 공연단들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것과 달리 이번 개막식에는 3000명의 공연단만이 무대를 채우는 등 규모 자체가 크게 축소했다.
또한 올림픽 기간 내내 경기장에는 지난해 도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관중들의 함성소리는 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대책을 따라야 한다며 중국인들에게도 경기장 티켓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대회에 참석하는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규모는 최소한으로 줄였다. 이들은 또한 대회기간 내내 엄격한 통제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올림픽조직위는 이번 올림픽 기간동안 대회에 참석하는 선수와 선수단 관계자, 운영위 관계자, 취재진을 일정 공간에 가둬 외부와 철저히 격리하는 '폐쇄루프'를 통해 관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폐쇄루프는 선수단과 관계자 전용 교통편과 숙소 및 부대시설, 경기장 및 훈련장 등 공간을 연결해 운영하면서 이들 공간을 마치 천막을 덧씌운 것처럼 외부와 격리된 폐쇄 구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실제 대회에 참석하는 선수단은 공항에 내릴 때부터 전용 교통수단을 통해 선수촌으로 이동하고 대회 일정에 따라 각자의 동선이 미리 짜여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안전하면서도 화려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현재 상황은 그들에게 미소짓고 있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반쪽짜리 올림픽 위기…미국 필두로 일부 국가 '외교적 보이콧'
14년 전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9만1000명에 달하는 전세계 지도자와 정치인이 참석해 중국의 비상을 지켜봤다면 이번 올림픽은 그들만의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이 중국이 신장 위구르 지역과 홍콩에서 자행하는 인권 유린을 문제 삼으며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보내지만 외교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올림픽을 통해 전세계 국가들에게 자신들의 힘을 인정 받고자 했던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과 일부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은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 국장은 "중국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이용해 진실을 숨기거나 끔찍한 탄압을 스포츠로 미화하려 한다"며 아직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에 함께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외교 외에도 기업들은 "신장에서 일어나는 학대에 저항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며 "모든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탄압을 지지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중국 정부는 "미국은 정치적 조작을 목적으로 (올림픽) 초청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외교관과 정부 대표단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작극을 벌였다"며 ""스포츠의 정치화와 올림픽을 방해하는 언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중국이 자행하고 있는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 속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올림픽 개막 참석을 결정한 지도자들도 있지만 전세계의 인정을 받고자 했던 당초 계획은 무산이 됐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전운이 감도는 현재 상황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또다른 악재다.
전세계의 이목이 올림픽에만 집중되도 부족한 상황에서 우크라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시선은 분산될 수밖에 없기 떄문이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 국경 인근에 병력을 추가 배치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부는 현재 국경에 12만7000명의 러시아군이 집결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 25일, 2014년 강제로 합병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부 인근에서 6000여명의 병력이 동원된 훈련을 시작했다고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 3면에 모두 병력을 배치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게 됐다.
러시아가 압박 수위를 높이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들에 병력을 증강시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그 시기는 봄이 오기전인 2월이 적기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봄이 오면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은 눈이 녹아 진흙과 습지로 온통 덮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러시아 군이 탱크와 군사 장비들을 싣고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것은 어려워 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영국에 위치한 정책 연구소 채텀하우스의 러시아와 유라시아 전문 연구원인 제임스 셰르는 "2월을 넘기면 러시아가 최상의 전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다음달이 최대 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푸틴 대통령이 언제 우크라 침공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지금부터 내달 중순 사이에 침공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상황에서 대회기간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와 전면전을 치룰 가능성은 적다.
영국에 위치한 정책 연구소 채텀하우스의 러시아와 유라시아 전문 연구원인 제임스 셰르는 "푸틴은 시진핑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정황상 베이징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앞서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5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 준수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림픽 기간동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 상황속 작은 충돌이라도 발생할 경우 관심은 그쪽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 대회기간 내내 우크라 갈등 상황은 외면하고 싶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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