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유엔 안보리서 설전…"러 침공 위협"-"어떤 증거도 없어"

유엔 안보리서 우크라이나 사태 놓고 첨예한 신경전

러 회의 저지 투표 요구했지만 불발…중 "美 관점에 동조못해"

 

미국과 러시아가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날선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10만명 이상의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킨 데 이어 벨라루스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특수부대 등이 포함된 5000명에 가까운 병력을 이동시키는 등 수십년 만에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군대를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러시아의 행동은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가능성을 거듭 부인하며 미국 등 서방이 상황을 오도하면서 “현실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또 “완전한 나치”가 러시아 국경에서 권력을 잡았으며, 미국이 “히틀러 편에서 서서 싸운 사람들을 영웅”으로 만들길 원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은 안보리 회의 소집 자체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러시아는 이날 오전 미국 주도로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 소집된 '공개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표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미국 등 10개국이 공개회의에 찬성표, 3개국은 기권, 러시아와 중국만이 반대표를 던져 러시아의 공개회의 중단 요청은 기각됐다.

이어진 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첨예한 설전을 벌였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명 이상의 중무장 병력을 배치하면서 어떠한 근거도 없이 우크라이나와 서방국을 공격을 위한 핑계로 날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가입 배제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거론, "(러시아는) 그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며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 침공할 경우, 우리 중 누구도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의 임무는 충돌이 발생한 후에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애초에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오늘 회의가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는 대립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러시아의 정당한 이유 없는 군사력 증강으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외교적 길이 있다고 계속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개회의 결정 이후 성명을 내고 "세계는 러시아가 위협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직시해야 하며, 그러한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미치는 위험에 대응할 준비가 돼야 한다"며 이번 회의가 "(러시아에) 책임을 요구하는 데 세계가 한 목소리를 내도록 결집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힘을 보탰다.

이에 맞서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지만, 오늘 우리가 여기서 논의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우리 영토 내에서 러시아 군대의 재배치는 이전에 다양한 규모로 자주 발생했으며, 어떤 히스테리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네벤쟈 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없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어떠한 증거도 없이 "(미국의) 말이 현실이 되길 원하는 것처럼 그것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의 10만명 이상의 병력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확인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도 했다. 

그는 과거 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나중에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던 전례도 거론했다.  

네벤쟈 대사는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 정권이 우크라이나인들의 급진적 사고를 위해 러시아에 대한 세뇌와 교화를 하고 있다며 "그들은 유대인과 폴라드인,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을 파괴한 히틀러 편에 서서 싸운 사람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도 러시아에 가세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회의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공개회의를 개최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며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병력을 배치한 것은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이런 관점에 동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미국과 같은 몇몇 나라들은 우크라이나에서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군사행동을 개시할 계획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면서 "이런 상황 하에서 관련국들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조용한 외교일 뿐이지, 마이크 외교가 아니다"며 "대화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공개회의를 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관련 당사국들은 긴장이나 가설의 위기를 악화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올바른 해결책은 대등한 입장에서 또는 서로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협의를 통해 차이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추가발언을 통해 "러시아 동료의 발언에 놀랐다고 말할 수 없지만, 실망했다"며 "러시아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이) 러시아를 약화시키려고 하는 계획은 없다"고 반론을 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이 도발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러시아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설명할 수 있도록 이 회의를 요청했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많이 듣지 못했다. 그들은 우리가 듣기를 희망했던 답을 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도 참석했다. 세르지 키슬리츠야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공개 회의에서 "오늘 우리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전쟁을 개시할 의도가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경험에 비춰 우리는 러시아의 선언을 믿을 수 없다. 오직 국경 지대 병력 철수에 관한 실질적 움직임만을 믿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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