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 맞을거면 오지 마라"…백신 견해차 '가족갈등' 안되려면?

백신 접종 '선악 구도' 바라봐선 안돼… 부작용 우려 이해 필요

 

"백신 안 맞을 거면 아예 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설 연휴를 앞두고 고향에 방문할 계획이던 회사원 김모씨(31)는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백신 부작용이 걱정돼서 3차 접종을 최대한 늦추려고 했는데 이 문제로 부모님과 다투게 될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명절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가족 간 갈등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백신에 대핸 견해 차이가 정치 만큼이나 간극이 넓은 탓이다. 

이는 백신접종률을 통해서도 일정 부분 확인된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연령대별 접종대상자 대비 3차 접종률은 60세 이상에서 85.8%을 기록한 반면, 20대에서는 39.8%, 30대에서는 41.9%에 그쳤다.

이는 청년층이 백신 접종이 3차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이른바 'N차 접종'과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180일 방역패스 유효기간 직전까지 접종을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는 "직장 동료가 3차를 맞고 거의 2주동안 고생하는 걸 봐서 3차 접종은 최대한 미루려고 했다"며 "근데 부모님께서는 '젊은 애가 왜 그런 거로 걱정하냐'라고 강경하게 나오셔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행히 부모님과 잘 풀어서 고향에 다녀오기로 했지만 부모님이 여전히 걱정하셔서 짧게만 다녀올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근에 3차 접종을 완료한 대학생 양모씨(23)는 "1~2차 백신을 맞고 부작용을 심하게 겪어서 3차는 맞기가 무서웠는데 가족들이 시도 때도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려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결국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3차를 예약하고 최근에 맞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취업준비생 신모씨(28)는 "백신 부작용이 공부에 방해될까봐 안 맞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계속 '왜 안 맞고 버티냐'고 핀잔을 줬다"며 "요즘은 그런 잔소리 때문에 다투는 일도 잦아져서 그냥 맞아야 하는지 고민된다"라고 토로했다.

백신 접종을 둘러싼 의견 대립은 가족 간 갈등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이 같은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백신 미접종자를 비난하기 보다는 그들의 불안과 우려도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부모님이 시골에 사시고 고령층이라 더욱 조심스러워하신다"면서도 "주위에 부작용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례를 많이 봐서 무조건 젊은 사람이라고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씨는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려면 아무래도 백신을 맞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했지만 "가족들은 내가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다 봤는데 그걸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서운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4차, 5차 백신 접종도 가능성이 있을텐데 이를 강요하기보다는 부작용 고민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을 선악구도로 바라보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며 "미접종자를 무조건 비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코로나 블루를 넘어 '소셜 블루'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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