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승자] 故 김진숙 목사님을 추모하며
- 22-01-30
윤승자 전 한인생활상담소장
故 김진숙 목사님을 추모하며
‘홈리스 대모’로 불렸던 김진숙(Jean Kim) 목사님께서 지난해 7월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생전 김 목사님께서 상담소 초기에 기여하셨던 지대한 공로를 동포분들과 공유하는 한편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몇 자 적습니다.
1980년, 근대 한국 현대사에서 여권 신장운동의 개척자이자 여성운동가이셨던 고(故) 이태영 박사님께서 미주 방문 길에 시애틀에 들러 가정법률상담소 시애틀지부를 설립하도록 극구 장려, 권고하셨습니다. 그 즈음 이 박사님의 뜻과 비슷한 생각을 같이 하고 있던 5명의 여성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김진숙 목사님과 박귀희씨, 소니아 김씨, 이지숙씨, 그리고 저를 포함해 5명은 한인생활상담소를 개설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뒤늦게 이민을 오신 동포들이 겪고 있는 언어 장애, 문화적응 장애, 정신적 좌절, 가정불화 등의 문제를 도와주자는 것이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상담소를 설립해 도와 드리고 싶었던 포부와 소망은 그야말로 하늘같이 높았고 다급했습니다.
하지만 5명의 여성들의 입장에선 자금도 없고, 서로 만나 앞일을 계획할 장소마저 마련하지 못해 매주 돌아가면서 자신의 집에서 만나 상담소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초기에는 사무용품 마저도 본인들이 부담해 직접 사서 써야하는 형편이었습니다.
그처럼 힘들게 상담소를 시작했을 때 김 목사님께서 몇 번 지나가는 말처럼 “내가 나가서 좀 알아봐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이후 서너 달 사이에 3번에 걸쳐 The National Presbyterian Women of The presbyterian Church(USA) 등 3군데를 통해 모두 1만5,000달러의 후원금이 들어왔습니다. 당시 그 액수는 저희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밤에 자다 가도 깰 만큼 거액의 액수였습니다. 이 그랜트들은 당시 박귀희 소장님의 치밀하고 알찬 계획에 따라 유용하게 잘 쓰이게 됐습니다.
저희들은 그랜트를 주신 교회를 차례로 다니면서 목사님과 신도들 앞에 나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김 목사님께 당시 상담소를 위해 주셨던 고귀한 또 하나의 선물은 바로 사무실이었습니다. 김 목사님께서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미국 교회 한 곳을 사무실로 쓸 수 있도록 마련하신 겁니다. 상담소 초기부터 20여년 가까이 사무실로 썼던 The Woodland Park, Unite Methodist Church(302 N 78th St, Seattle)가 그곳입니다.
큼지막한 사무실을 20여년 동안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교회 목사님께 잘 말씀드려 마련해 주신 겁니다. 상담소는 바로 그 교회 사무실에서 기틀을 잡고 쑥쑥 성장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김 목사님,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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