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긴장 최고조'…미 병력 증강에 맞서 러 대규모 훈련 '맞불'

'전쟁 우려' 미·영 등, 우크라 대사관 일부 철수령

26일 '노르망디' 회담 예정…전망은 여전히 어두워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국가들과 러시아간 긴장이 최고조 다다랐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크라이나 인근에 병력 충원을 암시하고 이에 러시아는 해상 훈련을 예고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 침공을 대비해 우크라이나 대사관 직원 및 가족 일부에게 철수령까지 내렸다.

긴장 완화를 위해 우크라니아, 러시아, 독일, 프랑스 외교 정책 보좌관들간 파리에서 ‘노르망디 형식’의 대면 회담이 26일(현지시간) 예정되어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미·나토 동유럽에 군 병력 증강 암시…러, 아일랜드 EEZ서 실탄 훈련

미국은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의 '경미한 침입'(minor incursion) 발언을 수습한다는 명목으로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23일 "러시아군 한명이라도 추가로 우크라이나 국경에 진입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신속하고 단합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고는 말에 그치지 않았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8500명의 미군 대부분은 동맹이 그들을 소집할 경우 나토의 신속 대응군(NRF)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배치 준비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토 신속대응군(NRF)은 지상, 공군, 해군, 특수작전군(SOF)으로 구성된 고도로 준비됐으며 기술적으로 진보된 다국적군이다. 

로이터는 미 국방부의 이번 결정은 나토 동맹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지는 못했지만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적 위협에 나토의 준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번 조치에 대해 "나토 동맹을 안심시키위 한 것"이라며 "또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토에 대한 우리 책임을 진지하게 수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트해와 동유럽의 나토 동맹국에 군함과 항공기를 포함해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경제적 제재 등 절제된 입장을 강조하던 바이든 행정부가 파병 등을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로 입장을 전환한 것은 그간의 방식이 러시아에 대한 충분한 억지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나토 동맹국을 안심시키려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병력 증강에 대응해 동유럽에 전투부대를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서부에 150명의 군사고문단을 배치하고 있다. 또 폴란드에는 미군 4000명과 나토군 1000명이 주둔해 있으며 발트해 국가에도 4000명의 나토군이 배치돼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이 군사 대응을 암시하자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러시아 해군은 이날 아일랜드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훈련이 지난주 예고한, 동해를 비롯한 태평양과 대서양, 지중해, 북극해 등 러시아를 둘러싼 전 해역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훈련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이 동유럽에 병력을 추가로 배치한다고 암시한 직후 나오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국방 전문가들은 아일랜드 남서부 EEZ가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을 향한 진입로일 뿐만 아니라 대서양 횡단 케이블(transatlantic data cables)과 인접한 곳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이번 훈련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나토가 병력 증강을 예고한 발트해에서의 해상 훈련을 위해 ‘스토이키’ ‘소오브라지텔니’ 등 2척이 출항했다는 사실도 발표햇다. 해당 초계함에는 발트함대 소속 해병대 대테러팀도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또한 20척의 발트함대 소속 군함과 지원함 등을 발트해 훈련 해역으로 보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훈련이 우크라이나 흑해로 함대를 집결 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의심된다고 분석했다.

◇'전쟁 우려'… 미·영, 우크라 대사관 일부에 철수령

전쟁의 감운이 돌자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일부에 철수령을 내렸다. 

미 국무부는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들의 가족 철수 지시를 내렸다. 또한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대사관 비필수 인력의 출국 허용 및 미 시민의 출국 권고도 발표했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지역 긴장 고조와 미 시민에 대한 괴롭힘 가능성을 들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여행 금지 권고를 내렸다.

이와 관련, 미국은 대피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 국무부 관계자는 AFP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이 일어나면 미 시민을 대피시킬 처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BBC는 24일 우크라이나 주재 영국 대사관 직원 일부도 철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까지 영국 외교관이 특별히 위협받은 건 아니며, 절반가량의 직원은 대사관에 남아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미국과 영국 이외에도 독일, 호주도 현지 주재 대사관 인력 일부를 철수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는 총 129개의 대사관 및 영사관이 있으며 나머지 대사관 및 영사관들은 모두 대피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며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성급한 대피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제 파트너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러·프·독·우크라, '긴장 완화' 위한 회담 예정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의 정책보좌관들은 오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해결을 위한 새로운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4개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 동부 친러 분리주의자와 우크라 정부군 간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맺어진 민스크 협정의 당사국이다. 당시 4개국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회동해 '노르망디 형식'으로도 불린다. 

다만 이번 회담이 정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가 서방을 향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서방간 앞선 회담들에서도 양측간 협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달 둘째 주 미국과 나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 간 연쇄 회담에 이어 지난 21일 미·러 2차 협상이 진행됐지만, 합의점은 찾지 못한 상황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1일 토니 블링컨 장관과 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서면 답변을 받으면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언급했다.

답변이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며 동유럽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달 러시아 외무부가 공식 성명을 통해 미·유럽 서방에 전달한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 보장 제안' 관련 응답을 의미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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