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美 집어삼킨 '오미크론 산불' 아시아로 옮겨붙었다

미국 '이달 정점 도달' 예측…영국 런던 완화 기미

인도·일본·태국 등 줄줄이 오미크론 지역감염 시작…중국 확진자 급증

 

유럽과 미국에 산불처럼 번지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의 불길이 아시아 국가들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작년 11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처음 보고한 코로나19 새 변이주 오미크론은 남아공에 폭발적 확진 불길을 낸 뒤 소강,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확산 중이다.

이번주 일일 확진 100만 명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돌파한 미국의 오미크론 유행이 이달 중 정점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나온 가운데, 영국 런던은 일주일째 감염 증가세가 꺾이며 진정 기미를 보였다. 반면,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과 일본,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오미크론 지역감염이 시작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유럽 일부 정점 지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 CNBC는 오미크론 유행이 먼저 시작된 지역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거나 '이미 정점을 지나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 추이 (출처:아워월드인데이터)© 뉴스1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다 정점을 찍고 소강되는 양상은 앞서 유행을 겪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인구 6000만 규모 남아공은 지난 11월 말 오미크론을 세계에 처음 보고한 뒤 보름 만에 하루 3만 명 육박하는 확진 건수를 기록했지만, 빠르게 진정돼 현재는 확진자 수가 약 3분의 1로 줄었다. 남아공 보건부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모든 지표들이 우리가 전국적 4차 유행의 정점을 지났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영국에서도 가장 먼저 오미크론의 타격을 겪은 런던이 이번주 들어 확진자 수 증가세가 정체된 모습이다. 지난달 22일 확진자 수가 약 2만8000명에 달했는데, 이후 조금씩 증감을 반복하다 현재는 20%가량 감소한 상황이다. 닐 퍼거슨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전일 BBC에 출연해 "런던은 이미 (감염 수치가) 줄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팀 스펙터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도 "남아공에서 유세한 추세를 보인 것을 고려하면, 런던의 감염률 하락이 말이 된다"고 했다.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팬데믹 이래 최대치를 기록 중인 가운데, 오미크론 타격을 가장 먼저 입은 런던은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뉴스1 (영국 정부 포탈)


오미크론 유행이 한창인 미국은 지난 3일 하루 동안 집계된 확진자 수가 108만2549명으로, 하루 기준 세계 최초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정점일지 더 증가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곧 정점에 도달한다'는 예측이 나오던 터였다. 미국의 감염자 수가 최대치를 찍던 바로 그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수직적 증가세를 보여 정점이 몇 주 안에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프랑스와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서부와 중부 독일, 북유럽 덴마크 등 유럽 지역 전역은 아직 오미크론 확산이 끝 모를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앞선 남아공 등의 사례를 들어, '결국은 곧 진정될 것'이란 희망이 자리잡는 모습이다.

반면, 오미크론의 타격이 비교적 늦게 시작된 국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감염 시작에 바짝 긴장

로버트 카넬 ING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서치센터장은 5일(현지시간) '오미크론이 아시아 파이프라인에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게재하고, "오미크론 감염이 아시아에 퍼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오미크론의 전파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아시아의 오미크론 유행은 작년 말부터 우려 요인이었다. 일본 정부 코로나19대책분과 회장인 오미 시게루 박사는 오미크론과 관련해 "한번 속도가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로버트 카넬 ING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서치센터장은 5일(현지시간) '오미크론이 아시아 파이프라인에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특히 mRNA 백신 접종률이 높은 한국과 호주,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은 잘 견뎌낼 것으로 본 반면, 그렇지 않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국은 오미크론에 취약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은 해당 보고서 중 갈무리. © News1 최서윤 기자


우려는 이달 들어 현실이 됐다. 아시아 주요국에서 지역감염 확산이 감지되면서 각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전일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돌파하며 도쿄올림픽 직후인 작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행을 견인 중인 도쿄는 확진자 수가 일주일 만에 약 5배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당국은 현재의 유행을 오미크론 지역감염 확산에 따른 것으로 판단,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역시 지난달 초 카르나타카주에서 2명의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월드오미터 기준 최근 3일간 인도의 신규 확진자는 3만7379명에서 5만8097명, 8만7222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인도 국가면역자문단(NTAGI) 단장을 맡고 있는 나렌드라 쿠마르 아로라 박사는 도이치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분명 코로나19 3차 유행에 접어들었다"며 "오미크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델리와 뭄바이, 콜카타 등 주요 도시의 오미크론 감염률은 75%에 이른다.  

 

싱가포르는 지역감염의 17%가 오미크론으로 확인되면서 대유행을 준비 중이다. 원 예 쿵 보건장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 유행이 임박했다. 이제 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싱가포르 당국은 아동 백신 접종과 부스터샷 배포를 서두르고, 의료 장비를 확보하며 오미크론을 견뎌낼 채비에 나섰다고 현지 채널뉴스아시아(CNA) 방송은 전했다.

태국은 오미크론 누적 확진자 수가 2062명으로 급증하자 이달 예정한 무격리 입국 시행 연기를 검토하고 나섰다고 디플로맷이 보도했다. 대만도 전일 첫 오미크론 지역감염 환자 2명이 확인돼 긴장하고 있다고 터키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전했다.  

아울러 외신은 우리나라의 오미크론 확산 상황도 주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오미크론 검출률은 12월 마지막주 기준 8.8%로, 전주 대비 4.8배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내달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일일 확진자가 1만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잇단 국지 봉쇄…"오미크론 유행 시 국제경제 타격" 우려도  

이런 가운데 중국은 산시성 시안에서 지난달 말부터 연일 지역 감염 환자 급증을 겪고 있다. 1300만 인구의 발을 꽁꽁 묶는 봉쇄 정책을 2주간 실시한 뒤 겨우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수십 명의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시안에 이어 허난성과 저장성 등 다른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봉쇄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유행이 오미크론 감염에 기인한다는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추가 급증 우려는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오미크론 확산 가능성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국제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노백·시노팜 백신이 화이자·모더나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오미크론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공기감염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오미크론의 매서운 전파력을 봉쇄에 기반한 중국식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은 신년 최대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실패'를 꼽고, "중국이 감염력 높고 백신 효과가 제한적인 오미크론을 억제하지 못해 더 염격한 봉쇄 정책이 취해지면 해운 차질과 인력난 및 원자재·장비 부족 등 세계 공급망 위기가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도 위험이 감지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 연일 각 1000~3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4일 신규 확진자가 1만1978명으로 집계되며 백신 접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말 보츠와나와 남아공에서 처음 보고된 오미크론이 미국과 유럽을 휩쓴 뒤 아시아와 중동 등 아직 타격을 입지 않은 국가들을 위협하는 것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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