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수필-박희옥] 희망을 품는다

박희옥(서북미문인협회 회원)

 

희망을 품는다


새 달력을 걸었다. 아이들은 요즘 달력을 걸어놓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도 나는 달력을 걸어놓고 기념일마다 빨간 사인펜으로 표시를 한다.  

그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고 또 기억하기도 좋다.  빨리빨리가 버릇이 되고 각종 컴퓨터의 웹들이 발명되면서 자동화되는 시대이지만 나만이라도 조금은 아날로그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  가끔식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도 달력에 표시된 날짜는 기억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의 얄팍한 계산법이 아직도 달력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지난 것이 구식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구식이 좋다.  요즘 즐겨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들이 자연에서 행복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산 속에서의 생활은 보기에도 불편함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한결같은 소리는 행복하다는 것이다.   

전기가 들어오지않아 밧데리를 이용하고 수도가 없어서 계곡물을 끌어다 쓰는 수고를 감수하고라도 굳이 그 생활을 즐기는 것은 나름의 만족이 있기 떄문일 것이다.  나는 외진 곳에서 인연을 멀리하고 자연을 벗 삼아 행복을 느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을 보면서 간접행복을 경험하고 있다.   세상의 잣대로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난 그들이 만드는 음식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   나도 음식을 할 때.  그들이 해 먹었던 것을 그대로 만들어 먹곤 한다.  그것을 먹으면서 대단히 만족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음식을 하고 나면 행복하다.  내가 나를 대우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은 나랑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어느 날 그 프로그램에서 본 것 같이 단호박에 영계를 넣고 찜통에서 쪄서 저녁을 차린 적이 있었는데 남편은 손도 대지 않았다.  원래 닭을 좋아하지 않거나 맛이 아니어서 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음식의 만족도가 나랑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만 하면 분란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강요한다면 마음의 평화를 느끼진 못할 것은 분명하다.  사람의 생각은 존재하는 인간만큼 많다.  그 많은 생각들을 다 인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나마 주위 사람들의 생각만이라도 이해하고 인정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왜 행복은 내가 나를 다스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새해가 된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참 좋은 것 같다.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되고 그것을 위해 며칠만이라도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용두사미의 끝이 되더라도 말이다.   나는 오르막길보다는 내리막길이 더 빠르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다.  그렇다고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살아간다는 일이 녹록치 않다는 것도 이미 알아버렸다.   새해에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편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  나이가 들면 자존감이 줄어드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래도 그동안 겪어왔던 것이 저력이 되는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감당할 자신감은 나이 듦에서 오는 것 같다.   내가 살아온 세월이 바로 내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지나간 세월이 귀하다.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있을리 없지만 그래도 새해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으면 좋겠다. 내일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이 아직은 유효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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