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수필-문희동] 임인년의 위대한 공로패

문희동(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임인년(壬寅年)의 위대한 공로패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범띠 해다. 동물 중 강직한 성격으로 우리에게 각인된 동물이다. 호랑이들은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하지만 배가 부르면 휴식을 취한다. 밤에는 활동하지 않고 낮에만 활동하는 동물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범띠들은 범과 흡사한 성격을 가진 것 같다. 또 마음이 너그럽고 인내심이 커 계획한 일은 끝내야 직성이 풀린다. 보통 유머 있고 낙관적이어서 이에 호감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지나치게 잘난 척하거나 뽐내기를 좋아하는 단점도 갖고 있다. 남에게 질투가 심하고 욕심이 많음도 흠이다. 또 변덕스러운 면을 갖고 살아 부부간에 불화가 일어나곤 한다. 
 
나는 닭띠, 아내는 범띠다. 결혼 당시 친척 어른들은 여자가 범띠라 나의 결혼이 탐탁지 않았다. 그러나 믿음 생활을 하던 나는 그런 미신적 운세, 사주 따위를 외면했다. 결혼하여 60여년간 2남1녀를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밤에 나은 암호랑이라서 온순하고 심성이 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행복을 목표로 삼고 사는 것이다.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지만 이 모든 것이 행복을 추구하는 몸부림이 아닌가 한다. 남편들의 권위가 땅으로 떨어진 반면 여성들의 파워가 폭발적으로 돌변되어 아버지들은 그 위치마저 없어진 오늘의 현실이다. 
 
코로나로 장기적 재택 상태에 있는 가장들은 근무하랴 집안 일도 도우며 정신없이 살아간다. 지금은 아버지의 입지가 불안한 세상 같다. 아이들은 엄마만 찾지 아버지는 찾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윗사람 눈치 보며 아랫사람들에게 치밀려는 위치에 있다. 매우 힘든 삶이다.
 
남편들은 직장을 떠남과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이 없어질 것만 같은 불안함, 가장으로서 권위를 잃을까 하는 두려움도 앞선다. 평생을 직장에만 충성하고 가정을 위해 헌신한 가장들은 우렁찬 박수를 받아야 할 은퇴자들이 아니던가. 직장은 은퇴가 있어도 삶에는 은퇴가 없다는 말이 있다. 떠날 때와 머무를 할 때를 아는 지혜. 심신 단련의 조화로움도 은퇴 후의 삶을 아름답게 이끌어가는 지혜가 될 것이다.
 
어느 날 정년퇴직으로 이제는 집만 지켜야 하는 아버지 신세로 변하였다. 아내는 남편을 삼식이라 힘들어하고 매일 부딪히는 남편의 모습에 짜증만 늘어난다. 자식들은 엄마 힘들게 하지 말라고 참견한다. 세월이 흘러가니 마음만 서글퍼진다. 범띠 해의 아버지들이여, 이제 희망찬 새해를 맞았으니 용기를 내어 떳떳한 아버지로 거듭나게 되길 빈다. 이에 나라도 다음과 같은 상패를 수여해주고 싶다.
 
위대한 공로패
성명: 범띠 해의 아버지
위의 사람들은 평생을 한결같은 
사랑과 정성으로 가족을 
살펴주시고 이끌어주셔서
그 은혜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1월 1일
대한민국 아들, 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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