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문창국] 철새
- 22-01-03
문창국(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장)
철새
철새가 날아가는 하늘
나는 철새가 날아가는 방향을 가늠하며
남쪽 하늘을 바라본다
철새가 날아가야 새해가 올 것이다
날아가면서 군대 같은 대형을 유지한다
바람이 부는 강도와
눈부신 새의 날갯짓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세월을 날고 있는 나는 어떤 자세일까 생각한다
망망한 어둔 하늘에 떠가는 카누같이
철새 무리는
날아가는 것이 아니고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선창으로 큰 소리를 내면서
날갯짓을 독려하는 리더의 목소리가
깃털처럼 지상에 떨어진다
늙은 성가대원이 혼신으로 부르는 성가처럼
엄숙하고 경건한 노래다
속을 비우는 일이 살아온 내력이다
그래서 겉은 더 공들여 단단한 뼈
뼈속에서 타오르는 불
허공에 몸을 던져
대양과 설산을 넘을 만큼 목마름이 가득한 새
두 손 모아 기도하듯 날개를 접을 땅을 향해
앞만 보면서 바람을 밀고 날아간다
철새와 마찬가지로 나의 새해도
밀려서 가느냐 밀고 가느냐, 그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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