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샘 조, 고경호 워싱턴주 한미연합회 회장, 이사장
- 22-01-02
고경호 워싱턴주 한미연합회/서북미문인협회 이사장
잿빛 호랑이의 희망
내 등에 붙은 불이 제일 뜨겁습니다. 우리는 팬더믹을 겪으며 자신의 등에 불이 붙는 경험을 했습니다. 일상은 깊은 화상을 입었고 마음마저 잿빛으로 타버렸습니다. 내 손이 닿지 않는 내 등에 붙은 불을 끄기란 너무도 어렵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함께 꺼준다면 큰 도움이 될 텐데, 그 사람 등에도 불이 붙었으니 모두에게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코로나의 화마에 나도 우리 공동체에도 큰 화상과 아픔을 남겼습니다.
많은 분이 절망하고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본인이나 가족, 친지가 전염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날마다 새가슴을 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절박한 순간에도 우리 동포사회는 서로의 등에 붙은 불을 꺼 주기 시작했습니다. 내 등에 붙은 불보다 더 큰불이 붙은 사람을 먼저 꺼주고 있었습니다. 난국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길로 헤쳐 나가기 위하여 함께 일어섰습니다.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나서 구하기 힘들었던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구해서 나누고 재난 지원금 정보를 공유하였습니다. 더 나가, 나는 자격 미비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더 어려운 사람은 받을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섰습니다. 팬데믹의 불길을 잡기 위한 백신 접종도 서로서로 독려하였습니다. 미국 내 접종률이 40%를 밑돌 때, 한인들의 접종률은 80%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에 더해, 비 온 뒤에 땅에는 새싹이 움틉니다. 희망이 움틉니다. 코로나에 포위당하고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어려움은 함께 극복해야 하는 것을.
2022년은 잿빛 호랑이 해입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 해와 달 이야기의 호랑이. 곶감에 놀라 달아난 호랑이.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호랑이. 예로부터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 각별한 의미를 주는 영물이었습니다.
그 호랑이가 잿빛이 되었습니다. 팬더믹의 화상으로 잿빛이 된 우리 마음에서 잿빛을 거두어 가려나 봅니다. 대신, 호피의 화려하고 용맹한 문양을 새해의 문턱에 펼쳐 주려나 봅니다.
임인년 새해가 기지개를 켭니다. 등에 붙은 불들을 서로 꺼 주며, 모든 근심 걱정은 잿빛으로 태워버립시다. 그리고 호랑이 등에 올라타 희망찬 새해를 함께 맞이합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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