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 치료제, 제2의 타미플루 될 수 있을까
- 21-12-29
부작용, 오미크론 변이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
당국 "게임체인저 여부 단정 어려워…예산 추가확보 검토할 것"
정부가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하면서, 이르면 1월 말부터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수, 위중증·사망자 수가 연일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 도입이 코로나19 방역의 터닝포인트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7일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100만4000명분에 대한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총 60만4000명분(MSD 라게브리오 24만2000명분, 화이자 팍스로비드 36만2000명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마친 상태다.
다음달 국내에 도입되는 물량은 2만회 분에 불과하다. 정부는 치료제 추가 확보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예산을 확대하고, 추가 구매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만큼 많은 물량을 한번에 들여오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팍스로비드' 내달 중순께부터 처방…부작용·오미크론 변이 효과는 여전히 물음표
팍스로비드는 이르면 내달 말부터 처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팍스로비드의 도입에 대해서 "코로나와 싸우는데 있어서 백신 말고도 다른 무기를 얻은 셈"이라며 위중증 환자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치료제에 있어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당장 약이 공급된다고 해서 게임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는 팍스로비드가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료제품을 공급하는 '긴급사용승인'을 거쳐 국내에 들어온 약물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치료제를 사용하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어떤 변이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함께 복용하면 안되는 약물, 절대 투약을 하면 안되는 대상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치료효과보다도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식약처는 팍스로비드와 함께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물을 28가지 제시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스타틴, 혈액 희석제, 항우울제, 항발작제, 통풍 치료제, 고지혈증 치료제, 부정맥 치료제 등이 대표적인 병용금기 약물이다. 약물이 몸 안에서 서로 충돌해 기존에 복용하던 약의 효과가 줄어들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병용금기 약물과 별개로 약물 자체의 부작용도 존재한다. 팍스로비드는 '니르마트렐비르' 2정과 '리토나비르' 1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정씩 1일 2회(12시간마다) 5일간 복용하게 된다. 니르마트렐비르는 지난해 화이자가 개발한 약물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리토나비르는 HIV, C형 간염 치료에 사용돼왔으며, 부작용은 복통, 현기증, 발한과 같은 경증에서 손발마비, 부정맥, 췌장염, 고혈당 등까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중증의 간 장애와 신장 장애 환자들에 팍스로비드 복용을 권하지 않고 있다. 약물이 신체대사 기능을 감소시키고, 약물을 해독하는 간, 신장에 무리를 줘 되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등증 신장 장애 환자는 니르마트렐비르 성분 투여용량을 반으로 줄일 것을 권했다. 또 임산부, 출산 후 수유 중인 여성에게는 팍스로비드 복용을 권장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 알려진 팍스로비드의 부작용은 미각 이상, 설사, 혈압상승 및 근육통 등 경미한 증상이다. 식약처 결정에 자문한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날 브리핑에서 "대부분은 약물(투여)이 종료되고 난 이후 호전되는 경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지 역시 물음표로 남는다. 식약처가 지난 27일 발표한 임상결과에 따르면 경증 및 중등증 확진자 2246명 중 증상발현 5일 이내 치료제를 투여한 경우 입원 및 사망비율이 88% 감소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확진자 중 98%는 델타변이였다. 이후 방역당국은 임상시험 자료를 토대로 알파, 베타, 감마, 뮤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강립 식약처장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시험관 내의 시험을 통해서 확인한 바는 아직 없다"면서 "앞으로 변이가 나타나게 되면 이런 부분(3CL-프로테아제를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해당하는 변이가 나타날 수 도 있어, 약물이 사용되는 중에는 모니터링을 꾸준히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제2의 타미풀루 될 수 있을까…도입 초기 효과 보려면 우선 투약군 선정해야
관건은 팍스로비드가 제 2의 타미플루처럼 빠르게 약효를 인정받고, 이를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을지다. 앞서 정부는 신종플루 유행 당시 타미플루를 확진자에게만 선별적으로 나눠주다가, 이후 추가 물량이 확보되자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김강립 처장은 전날(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팍스로비드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전문의약품(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후 약국에서 사서 복용하는 것)처럼 사먹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치료제는 확진된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입원치료나 자칫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이 위중증한 상태로 가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목표로 만들어진 약"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초기 도입되는 물량을 고려할 때 모든 확진자에게 투약하기에는 다소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처장은 "약 개발 이후의 새 변이, 확진자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약이 충분히 공급되고 사용될 수 있을 시기까지 우리가 견뎌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질병관리청, 일선 의료현장 관계자와 함께 치료제가 어떻게 유통되고 투약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적정한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제 도입이 위중증·사망자 수 감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투약군 선정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후 5일 내, 가능한 한 빨리 복용이 시작되어야 하며, 12~24시간의 복용시간을 꼭 준수해야 한다. 모든 확진자를 대상으로 중증질환으로 진행될지 여부를 검토하고, 약을 처방하는 과정이 단 5일 내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확진자'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증상이 가벼운 재택치료자나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중심으로 투여될 가능성이 크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파악해 처방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주가 델타 변이주를 제치고 우세종이 될 조짐을 보이는 것 역시 우선 투약군 선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델타 변이에 비해 오미크론 변이의 초기 증상은 대부분 경증이나 무증상이기 때문이다. 방역 전문가들과 방역당국은 다음달 중순께에는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대해 방역당국은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 점차 공급을 늘려가겠다는 입장이다.다만 경구용 치료제가 월별 공급방식으로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만큼 기저질환자, 60세 이상 등 일부 대상군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처방하는 방안, 중증환자에게 투약하는 방안 등을 다양하게 고려 중이라고 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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