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먹는 치료제 '가뭄'…정부, 머크 알약 승인할까

머크, 한달 전 사용승인 신청…닷새만에 승인 화이자와 대조

화이자 초도물량 태부족, 다른 대안 없어…플랜B 선택 가능성

 

국내 처음으로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27일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머크(MSD)사의 경구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도 승인이 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머크의 라게브리오는 가장 먼저 개발되어 '게임체인저'로 이목을 끌었다. 당연히 국내 승인 과정에서도 팍스로비드보다 먼저 검토에 들어갔지만 머크의 약은 이날 "안전성, 효과성 자료에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승인받지 못했다. 

머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한 것은 지난 1117일. 화이자는 1110일 팍스로비드에 대한 품질·비임상 자료에 대한 사전 검토를 신청하긴 했지만, 긴급사용 승인은 지난 22일 신청했다. 그런데 팍스로비드가 5일만에 승인이 난 반면 라게브리오는 아직 검토 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효과와 안전성이다. 팍스로비드의 임상 결과 전체 대상 환자군 98%가 델타 변이 확진자였는데, 투여군은 시험군 대비 입원 또는 사망 비율이 88% 감소했다. 반면 MSD는 지난달 말 고위험군 대상 임상시험에서 자사약 복용 시 입원·사망 확률이 약 30%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입원·사망 예방효과 50%라는 기존 임상 효과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라게브리오는 유효성은 물론 안전성도 떨어진다. 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이 있어 임신부의 사용은 어렵고, 가임기 여성은 복용하는 동안, 남성은 복용 후 최소 3개월 피임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는 지난 22일 라게브리오 5만회분의 사전구매계약을 전면 취소했다. 긴급사용승인이 나는 것을 전제로 한 계약이었는데 치료 효과가 너무 낮아 사용승인을 내지 않고, 페널티 없이 선주문 계약도 파기한 것이다.

미 FDA는 22일 팍스로비드에 이어 다음날인 23일 라게브리오도 승인했다. 다만 "추가적인 치료 옵션"이라며 "다른 치료제가 접근 불가능하거나 임상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만 제한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160만명분의 라게브리오를 주문한 일본도 지난 24일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영국은 세계 최초인 지난달 5일, 증상이 나타난 지 5일이 지나지 않은 만 18살 이상 환자에게만 투약하는 조건으로 몰누피라비르를 승인했다.

우리 정부는 미 FDA와 식약처와 승인이 전제조건이라며 페널티 없이 머크사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식약처는 "한국 MSD와의 선구매계약은 미 FDA와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계약 조건으로 명기하고 있다"면서 "식약처 긴급사용승인 또는 조건부 허가가 이루어지는 것을 조건으로 구매하기로 약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예상보다 낮은 유효성과 안전성 이슈에도 프랑스처럼 머크의 긴급사용승인 거부, 계약 파기의 수순을 밟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먹는 치료제의 다른 대안들이 많지 않아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머크와 화이자 외에도 로슈-아테아가 먹는 치료제 개발 선두주자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지난 10월 임상2상에서 로슈-아테아의 후보물질은 환자의 바이러스양을 줄이는 데 실패, 로슈가 공동개발에서 손을 뗐다. 일본 제약사 시오노기가 마시는 치료제를 일동제약과 공동 개발 중이지만 내년 상반기 긴급사용승인이 목표로, 아직 속도가 느리다. 

이처럼 내년 상반기까지 사실상 먹는 치료약이 화이자와 머크 외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화이자의 초도물량이 압도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오미크론 변이로 내년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불확실하다. 모더나에 의존했다가 공급 일정이 꼬여 백신 접종 전체가 늦어졌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 제약사에만 '몰빵'하면 정부 정책 전체가 휘둘릴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높은 효과를 보이는 화이자 약이라도 환자에 따라 듣지 않고 도리어 머크가 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최대한 화이자 약을 확보하되 머크 치료제도 플랜 비(B)를 위해 도입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팍스로비드는 일부 신장이나 간이 나쁜 사람은 사용하기 어렵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다. 머크의 약은 임신한 경우나 18세 미만에는 사용이 어렵다"며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나 항체치료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 대체재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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