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게임체인저 화이자 '먹는 치료제' 상용화는 언제쯤?
- 21-12-23
공급량 늘리는 게 관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2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화이자의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승인했다. '백신도 뚫는' 새 변이주 오미크론 확산으로 전 세계 재유행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팬데믹을 끊어낼 '묘약'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뉴스1>은 관련 외신 기사를 종합, 팍스로비드 관련 궁금점을 질의응답으로 정리해봤다.
◇어떻게 복용하나
팍스로비드는 화이자가 개발한 알약 '니르마트렐비르'와 시중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에 사용돼온 항바이러스제 '리트로나비르'를 함께 복용하는 방식이다.
니르마트렐비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자의 체내에서 복제되는 과정에서 복제 효소 작용을 차단하는 기능을, 리트로나비르는 니르마트렐비르의 체내 분해를 늦춰 효능을 높이는 기능을 각각 담당한다.
1세트는 3알로 구성되는데, 사진상 분홍색 니르마트렐비르 2알과 흰색 리트로나비르 1알을 함께 먹는다. 이렇게 12시간마다 복용, 5일간 총 30알을 먹게 된다.
FDA에 따르면 팍스로비드는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고, 구매 후엔 집에서 손쉽게 복용할 수 있다.
◇작용 기전은?
팍스로비드는 기본적으로 항바이러스제다. 코로나19는 발병 초기 국면에서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빠르게 복제되고, 다음 단계인 2차 국면에서는 바이러스 복제 때문에 손상된 면역 반응 결함으로 염증이 진행된다.
코로나 감염의 '최악'은 주로 2차 국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 국면에서 바이러스 복제를 멈추면 중증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게 항바이러스제 성격을 가진 코로나 치료제의 핵심 원리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발현된 첫 5일간 투약해야 효과적이다.
최적의 사용을 위해선 신속한 진단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조기 검진이 중요해진다. 미국 행정부가 FDA 발표 하루 전 자가검진키트 5억개를 구매해 무료 배포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화이자는 지난 14일 2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팍스로비드 사용으로 인한 입원·사망 감소 효과가 약 89%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고위험 환자가 증상 발현 후 3일 내 팍스로비드를 먹으면 입원율과 사망률이 최대 89%까지 줄고, 5일 내 복용 시 88%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부작용은 없나
화이자는 상기 임상 결과 비교군인 위약(플라시보) 복용자들 사이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나온 반면, 실험군인 팍스로비드 복용자들 사이에선 사망자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외 경미한 부작용(most of which were mild in intensity)은 두 집단 모두 각각 24%, 23%로 비슷했다고 전했다. 다만 화이자는 이 경미한 부작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오미크론에도 효과 있나
오미크론과 앞선 델타 등 우려 변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virus) 표면에 표출된 스파이크단백질에 초점을 맞춘 치료제에는 저항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연변이들이 스파이크단백질에 몰려있기 때문인데, 오미크론도 스파이크단백질에 32개의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프로테아제(자가 복제를 가능케 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에 대해 세포 내(intracellularly) 작용을 해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한다고 화이자는 설명했다. 이에 주성분인 니르마트렐비르는 시험관 연구 결과 알파와 람다 등 기존에 알려진 주요 변이에 대해 일관된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아울러 화이자는 니르마트렐비르가 시험관 생화학 분석에서 오미크론 관련 3CL 프로테아제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오미크론에 대해 강력한 항바이러스 활성을 유지할 가능성을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또한 오미크론을 이용한 추가 시험관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가격은 얼마인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1000만 회분을 계약할 때 적용된 가격은 1회분(1코스 총 30알)당 530달러(약 63만원)다. 그러나 백신과 항체치료제에서 그랬듯 제약사들은 국가별로 다른 가격 정책을 적용하고 있어, 치료제에서도 비슷한 셈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량은 충분할까
현재 팍스로비드를 둘러싼 가장 큰 문제이자, 향후 부각될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화이자가 밝힌 올해 납품 가능 물량은 18만 회분(1회 1코스 30알 기준)이다. 미국 행정부가 이미 1000만 회분을 선구매했다고 밝힌 만큼, 선공급 물량은 모두 미국 정부에 공급될 전망이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이날 FDA 승인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화이자에 따르면 팍스로비드의 활성 성분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복잡한 화학작용으로 생산에 6~8개월은 걸린다"면서 "일단 1월까지 26만5000회분을 받고, 늦여름에 접어들어야 1000만 회분을 다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가 생산하는 물량만으로는, 미국 외 다른 국가 순서가 돌아오려면 반년은 걸린다는 얘기다.
이에 미국 정부와 화이자 모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긴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화이자가 최대한 빨리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우리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서라도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국방물자생산법은 전쟁과 재난 등 국가비상사태 시 정부가 산업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률로, 대통령이 지정한 특정 물품의 생산을 우선하고 연방 정부가 원자재 수급과 가격 등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화이자는 내년 공급 물량을 일단 1억2000만 회분으로 상향 조정하고, 국제공중보건단체 의약품특허풀(MPP)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복제약품제조사가 팍스로비드를 생산, 저소득 및 중위소득 국가 95개국에 공급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복제약 출시 일정은 빨라야 내년 말이 될 전망이다.
즉, 팬데믹 2년차였던 올해 전 세계가 '백신 쟁탈전'을 벌였다면, 3년차인 내년에는 치료제 확보를 위한 각축전을 벌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다른 변수가 없는 한, 팍스로비드의 상용화는 공급 물량의 획기적 증대 가능 여부에 달릴 전망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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