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먹통, 사전예약 사태 판박이…정책 신뢰감 ‘흔들’

 

지난 7월에도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먹통 사태 겪어

계도기간 방역패스 사용량 기준해 서버 증설…실제론 3배 접속

 

지난 7월 50대 연령층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먹통되어 사과한 데 이어 13~14일 방역패스 앱도 먹통 사태를 빚으면서 IT강국의 이미지가 구겨졌다. 터무니없는 수요 예측 때문에 서버가 감당 못해 시민들이 혼란을 겪어 "기본이 안돼 있다"며 실망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처럼 반복되는 실수 때문에 정부가 펼치는 방역정책의 신뢰도까지 흔들리고 있다.

◇ 13일 점심·저녁, 14일 점심까지 먹통…시민들 "주먹구구식 행정"

방역패스 먹통 사태는 계도기간이 끝난 13일 오전 1145분쯤 발생해 오후 1시 반까지 이어졌다. 접종증명 인증 처리가 몰리면서 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했고, 쿠브 앱과 전자출입명부(KI-PASS) 및 이와 연동된 네이버·카카오의 QR체크인이 생성되지 않았다.

아울러 방역패스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한 시민들과 업주간 다툼이 발생하고 검사 대기줄이 생기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개선된 줄 알았는데 이날 저녁때도 다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그러자 오후 7시반께 질병청은 "오늘은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며,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스템 오류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고, 대량인증 절차 효율화 등 긴급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14일 오전 방역당국은 전날의 사태에 대해 "접속량 폭증에 따라 과부하가 발생했고, 실시간 대량 인증처리 장애 등 과부하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자예방접종증명서의 기존 및 계도기간 사용량을 토대로 서버 증설 등 사전조치를 했지만, 계도기간 종료와 함께 예상보다 접속량이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점심 때 다시 네이버 앱에서 접속장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여의도의 한 30대 직장인은 "방역패스가 솔직히 의미가 있나 싶다"며 "백신 안맞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어 그냥 탁상행정 같다"고 말했다. 또 "QR코드 오류도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해서 생긴 결과"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또다른 30대 직장인은 "이렇게까지 백신을 맞도록 했으면 기본적인 것들은 갖췄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욕을 사서 먹는 경우 같다"고 말했다.

◇ 7월 백신 사전예약 때와 '판박이'

그런데 이같은 먹통 사태는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7월12일 0시부터 50대 후반 인구인 350여만명에 대한 사전예약을 받았지만 접속 장애가 일어났고 그나마 확보한 백신이 다 소진되자 안내도 없이 먹통이 되었다. 그후 14일 오후 추가사전예약이 시작됐지만 또 다시 먹통이 됐다. 우회 경로를 통해 예약하는 꼼수가 성공하기도 했다. 

50대 후반이 겪은 접속 불량은 50~54세 때 사전 예약 때도 개선이 안되었다. 7월19일 53~54세, 20일 50~52세 예약 때도 먹통, 접속 쏠림, 튕김 등의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50대 연령층 전부를 대상으로 한 추가 예약부터 개선됐고 그후 18~49세 등에서는 생일 끝자리별로 예약일을 10부제로 분산해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예약 사이트의 문제점에 대해 "IT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며 참모들을 질책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질병청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가 범정부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당초 시스템은 30만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하지만 53~54세 예약 첫째날에 접속자가 최대 1000만명까지 몰리는 등 '접속 쏠림' 현상이 일어나자 속수무책이었다.

◇ 접속량 폭증 따른 과부하?…수요 예측 실패한 것

이번 방역패스 먹통 사태도 당국은 접속량 폭증에 따라 과부하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계도기간 즉 일주일 전의 사용량을 토대로 서버를 증설했는데 실제 접속은 3배 이뤄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당국은 14일 점심시간에 약 150만건의 QR코드 예방접종 검증이 이뤄졌는데 1주전 같은 시간에는 47만건이었다고 밝혔다. 또 13일에 발생한 접속 장애는 질병관리청 서버의 과부하가 문제였으나, 14일 일부 장애는 네이버의 과부하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접속 장애가 접속량 폭증이 아닌 정부의 방역패스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방역패스를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계도기간의 사용량을 토대로 서버를 증설했다는 것은 수요 예측을 터무니없이 했음을 의미한다. 30만명이 접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1000만명이 몰린 지난 7월에서도 경험했는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방역패스 접속 장애 때문에 이번에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사과해야 했다. 김 총리는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질병청 등 방역당국에서는 시스템을 조속히 안정화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철저히 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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