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률에 들떴나…정부 오판이 일상멈춤·의료체계 붕괴 불러
- 21-12-08
급격한 방역완화 - 미접종자, 고령층 확진·위중증 급증
전문가 "땜질식 대책 필요없어…일상 셧다운 수준 시급"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일상을 돌려주려던 정부의 계획이 위드코로나 도입 한 달 만에 파국을 맞고 있다. 11월 들어 신규 확진자 최다 기록은 6번 바뀌었고 8일 기준 7000명을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 규모도 연일 최다 규모를 갈아치우고, 2년간의 코로나19 사망자 4명 중 1명은 일상회복으로 전환한 11월 이후에 숨졌다.
많은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같은 위기에 정부의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접종률만 믿고 일상회복을 선언했을 뿐 Δ추가접종 Δ병상확충 Δ재택치료 등 확산세를 뒷받침할 그 어떠한 방역 의료 대책도 마련해두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 수는 없어 봉쇄 수준의 조치를 즉각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준비 더 필요하다" 했지만…'일상회복' 전격 전환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지난 10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상회복 시작 가능시점을 '11월 9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접종 완료 70% 달성 후 항체가 형성될 2주 후를 고려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월 15일 2주간의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때에 이를 '마지막 거리두기'라고 강조해 11월 1일이 일상회복 시점이 됐다. 전문가들은 전환 시점부터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몇 달 전부터 델타 변이가 유행을 주도해 집단면역은 불가능한 데다 위드코로나로 위기를 겪는 국가들이 늘고 있을 때다. 접종률만을 근거로 전환할 수 없다는 걸 반증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이미 10월에 위중증화율, 사망률이 굉장히 높았고 일일 확진자 수도 2000명 안팎이었다. 일상회복은 방역 통제가 안 될 때 내린 결정이다. 개인적으로는 11월 8일부터 전환해야 한다고 누차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정부는 확진자 5000명을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다고 했는데, 11월 3000명 발생 때부터 의료체계는 무너졌다"며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생각보다 현장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병원은 아수라장"이라고 호소했다.
◇확산세 뒷받침할 의료체계 부실…"고민 부족했던 탓"
정부는 일상회복 이행 전 네 가지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점진적 방역완화, 필연적인 확진자 증가를 고려한 급증세 대비, 위중증 환자 규모 관리, 그리고 의료대응 역량 확충이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영업시간과 집합 규제를 풀었고 사적 모임도 수도권 최대 10명까지 가능하게 했다. 더욱이 "확진자가 늘어도 접종 효과에 따라 위중증 환자 발생은 막겠다"는 일상회복 기본 취지마저 놓쳤다.
위중증 환자는 줄 거나 유지되기는커녕 급증했다. 특히 고령층은 면역력이 약하다. 백신 접종을 통해 위중증 환자를 통제하는 계획은 틀어진 셈이다.
접종 효과를 과신하지 않고 요양병원·요양 시설, 75세 이상 고령층의 추가접종 간격을 4개월로 정했다면 이들의 접종은 11월 전에 마무리됐다.
청소년 접종에 대해서도 정부는 자율로 맡겼지만 교육시설 내 집단감염이 늘자 접종을 강권하는 취지의 방역패스 적용 대책을 내놨다. 초기의 자율 접종 기조가 청소년의 접종 선택과 백신에 대한 우려 해소 어떤 것에도 실익이 없었다는 의미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뉴스1>에 "병상은 무한대로 늘릴 수 없다. 확보하더라도 인력은 단기간 내 확보할 수 없다. 다른 중환자 병상과 정규수술을 줄여야 한다"며 "늦지 않은 시점에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하지만 김 교수의 걱정 역시 현실이 됐다. 수도권의 중환자실 가동률은 85%를 웃돌고 전국 상황 역시 80%에 근접했다. 뒤늦게 정부는 11월부터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세 차례 내렸지만 그새 늘어난 위중증 환자를 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해졌다.
전문가들은 위중증 환자 증가세를 보고 정책을 내놓으니 의료진 피로는 쌓이고 병상 대기자도 늘고 있다는 지적한다. 상반기, 최소 10월에라도 의료 체계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장은 정부에 "K방역이 마른오징어의 물만 짜내는 식"이라고 비판한다. 재택치료 역시 대상군을 과하게 넓혔다며 모든 환자의 재택치료는 '자택방치'며 집에서, 이송하던 중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리라고 우려한다.
◇정부 "확산세 따라잡기 힘겨워"…전문가들 "추가조치 더 필요"
정부는 확진자 증가세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접종률 올리는 데 사활을 걸겠단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현재 판단도 미온적이라며 확산세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영업, 모임 인원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8일 오전 "병상을 계속 확충해 나가고 있지만, 확산세를 따라잡기에 힘겨운 상황"이라며 "의료대응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재택치료에 따른 불편과 부담은 최대한 해소해 나가겠다. 접종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장을 지낸 바 있는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충분한 손실보상을 전제로 한 강력한 봉쇄만 남았다. 마스크를 벗게 되는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은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확산세와 인명 피해를 멈출 수 없다. 신종 오미크론 변이의 유입보다도 일단 국내 방역상황이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며 "조일 때 조이고, 풀 때 풀지 못하는 정책에 무고한 국민의 인명 피해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장기적 관점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방역을 조였다 풀었다하는 조치를 몇 번이나 거쳐야 할텐데 신뢰할 만한 방안이 없다면 국민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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