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서울대 졸업' 45세 대기업 직장인, 22학번 의대생 된 이유

과학고, 서울대를 나와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한 40대 남성이 돌연 수능을 치러 삼수 끝에 의대에 진학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의 'N수의 신' 31화에서는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22학번 곽영호씨(45)가 출연, 직장인에서 의대생이 된 이야기를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1994년도 충남과학고에 입학한 1기 졸업생 곽씨는 내신 성적은 보잘것없었으나, 불수능으로 회자되는 1997학년도 수능에서 이과 기준 전국 94등에 올랐다.

곽씨는 "제가 고등학생 1학년일 때 처음으로 수학능력평가시험이 시작됐다"며 "당시 전국 1등은 400점 만점에 370점 정도, 저는 350점대를 받아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당초 물리학자를 꿈꾸던 그는 "기상학 쪽을 하셨던 아버지께서 돈을 잘 버는 직업을 선택하라며 의대 진학을 권유했으나, 가지 않았다"며 (전기공학부) 입학 후에는 많이 방황했다고 전했다.

아나운서 시험에도 도전해본 곽씨는 졸업 후 백수가 된다는 두려움에 부랴부랴 취업해 대기업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1년 후에는 기획, 재무, 경영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돌연 곽씨는 수능을 다시 치르기로 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올해 5세가 된 딸이다.

곽씨는 "(아내와) 둘이서만 살다가 아이를 덜컥 낳고 나서 보니 순간 아찔해지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41세에 이 아이가 1세니까, 아이가 스무 살이 돼서 대학에 갈 때는 제가 60세가 되겠더라. 그러면 곧 은퇴해야 할 나이가 된 것"이라며 "직장에 계속 다니고 있다면 딸아이의 학비가 직장에서 나올 텐데, 생활비나 딸이 나중에 독립할 때까지 내가 금전적으로 충분히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씨가 재직하던 회사에 대한 설명. (유튜브 '미미미누' 갈무리)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두 가지였다고. 곽씨는 "하나는 60세에 은퇴하기 전 큰돈을 벌어보자였다. 또 다른 하나는 60세 이후까지 돈을 벌 방법을 찾아보자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 방법은 이 회사 내에서 임원을 달고 큰 성공을 거두는 거다. 아니며 관련된 쪽에서 뭔가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버는 것"이라며 "그러나 제가 임원으로 성공한 분들을 많이 모시고 그들의 삶이 어떤지를 봐왔는데, 가족들을 만날 시간이 없더라. 거의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하면서 살고 계시더라"라고 했다.

이어 "그런 노력하는 사람이 수십, 수백 명이 있는데 그중에 임원이 되는 건 정말 단 한 명 정도의 비율이니까 생각 외로 위험이 너무 크더라"라며 "성공 확률도 높지 않은데, 성공하더라도 가족과 멀어지고"라고 부연했다.

이에 좀 더 오래 일하는 방법을 찾던 그는 다른 곳으로의 이직도 고민했다. 하지만 곽씨의 직종은 이직조차 어려웠다고. 그는 "'기획'이라고 하는 일이 해당 회사를 벗어나서 다른 회사로 가면 이 회사에 특화된 것(이라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곽씨는 아내와의 고민 끝에 수능을 다시 치르기로 했다. 그는 "펜을 들 수 있는 나이까지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전문직을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며 "2018년도 아이가 태어난 해에 1년간 정말 심하게 바빴다. 현타와 함께 2019년 3월에 수능을 다시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휴직을 내고 2020학년도, 2021학년도, 2022학년도 수능을 치렀다. 3번의 도전 끝에 의대 진학에 성공했다. "곽씨는 국어 99% 1등급, 수학 98% 1등급, 영어도 만점은 아니지만 1등급, 지구과학은 만점으로 1등급을 받았다. 화학 1은 백분위 78%로 3등급이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곽씨는 수능을 이틀 앞둔 수험생들에게 "그동안 참 고생 많았다.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기까지 달려온 본인 자신을 칭찬해줘도 될 것 같다"며 "부족한 부분 고민하지 말고, 수능 당일은 (수험장) 들어가서 내가 1년 동안 열심히 해온 것들을 풀어내고 온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스스로 격려하면서 수능에 임했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그러면서 "포기 말고 마지막 한 문제까지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와라. 저도 포기하지 않아서 지구과학 만점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조선대 의과대학 교수님들이 항상 무언가를 선택할 때 다른 조건 보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이야기해주신다. 가장 와 닿는 이야기 같다"며 "여러분도 인생에서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으면 한다. 그래야 저처럼 20년 이상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22학번 곽영호씨. (유튜브 '미미미누' 갈무리)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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