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연말 대목인데"…허리띠 졸라매는 카드사들 '디마케팅' 나섰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경색…자금 조달 비용 증가

자동차 할부 금리 올리고 무이자 할부 개월 수는 줄여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급격히 경색되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카드업계가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고 있다. 자동차 할부 금융 금리를 올리거나 무이자 할부 개월 수를 줄이는 등 디마케팅(demarketing·고객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에 나서는가 하면 전통적인 영업창구인 카드모집인 규모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모습이다. 연내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만큼 카드업계의 비용 감축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이달 온라인 쇼핑과 손해보험 등에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쇼핑 대목인 연말연시를 앞두고 금액을 나눠서 지불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 만큼 고객들의 카드 이용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카드사들이 본격적으로 디마케팅을 시작한 것이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때 회사 차원에서 가장 먼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고객들에게 제공하던 할인행사나 무이자 혜택들"이라며 "점차 무이자 할부 기간을 줄이는 카드사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도 올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모 전업 카드사의 11일 기준 신차 할부 금융 금리는 10%(그랜저·현금구매 비율 20%·할부기간 36개월 기준)를 넘어서기도 했다. 주요 카드사의 수입차 전용 할부금융상품 금리는 신차의 경우 최고 11~12%까지 상승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의 경우 워낙 경쟁이 치열해 각사들이 금리를 내리고 고객을 모으려 했었는데, 이젠 10%가 넘는 금리를 내놓는다는 건 사실상 팔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조달 비용이 워낙 늘어나 역마진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레고랜드 부도 사태 등으로 채권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긴 카드사들이 비용감축에 나선 것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금리가 급등하면서 업계가 돈을 끌어 오는 비용이 크게 불어났다. 올 초까지만 해도 2.420%였던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지난 10일 기준 5.984%까지 올랐다.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진 이후인 지난달 21일에는 6.082%로 올해 최고치를 찍었고, 이달 7일에는 무려 6.088%까지 치솟았다.

카드사 입장에서 조달 비용 상승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올 초 금융당국의 적격비용 재산정 계획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이미 카드사들의 수익성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의 주 수익원이다.

카드사들의 몸집 축소도 이어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BC카드를 제외한 7개 국내 전업카드사의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8038명으로, 지난 2019년(1만1382명) 대비 3344명이 줄었다. 또 이들 카드사의 국내 영업점포는 지난 6월 말 기준 197개로 집계됐다. 2019년 같은 달 영업점포가 207개였음을 감안하면 3년 만에 28개 영업점포가 사라진 것이다. 카드사들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채널 효율화'를 채널 감축 배경으로 설명하지만, 금융권에선 줄이기 쉬운 비용부터 줄여나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카드사는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을 앞두고 마케팅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11월 블랙프라이데이나 연말에 카드사에서 할인 혜택이나 무이자 할부 등의 행사를 많이 진행했는데, 올해는 그 규모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또 당장 줄이지 않는 카드사들 역시 내년부터는 마케팅을 줄여가는 방향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당분간 카드사들의 자금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달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긴축적 통화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 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우선 과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수익은 크게 수수료와 카드론에서 나오는데 가맹점 수수료가 계속해서 인하됐고 카드론 수요도 줄어들면서 카드사들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모집인이나 영업점을 축소해나가는 것 같다"며 "최근 자금 조달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카드사들의 혜택 축소 움직임은 내년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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