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포함 전방위 수사 나선 특수본, 풀어야할 '3가지 숙제'

고강도 감찰과 함께 수사도 진행…서울청·용산서 등 8곳 압수수색

해밀턴 호텔 불법 증축 의혹 수사 가능성…인파 '민' 인물들도 수사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일 강제수사까지 진행하며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특수본의 집중 수사 대상에는 '자기 식구'인 경찰도 포함돼 경찰 내부에는 초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501명 규모로 꾸려진 특수본은 사고 지역 관할서인 용산경찰서뿐 아니라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서울경찰청까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신속하고 치밀한 수사로 각종 의혹을 해소하는 것외에 답이 없는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청·용산서·용산구청 등 8곳 전격 압수수색

3일 경찰청에 따르면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해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2일 오후 2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영장 신청서에 피의자를 '성명 불상자'로 적시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으며 향후 피의자를 특정해 수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수사본부를 특별수사본부로 격상하면서 강제수사를 포함한 전방위 수사를 예고한 바 있다.

경찰 부실 대응 논란에 불이 지핀 것은 참사 사흘 전이 열린 '핼러윈 기간 시민 안전 확보 간담회'였다. 이 자리에는 용산경찰서와 상인연합회(상인회), 용산구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다중운집 질서유지'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인원을 어느 정도 투입할 것인가'라는 상인회 측의 질문에 경찰은 '200명'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회 측은 간담회에서 경찰력 인원 증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사 당일 경찰은 마약과 성범죄 등 대응인력을 중심으로 137명만 투입했다.

반면 경찰은 상인회 측이 핼러윈 분위기가 위축될 수 있어 과도하게 경찰력을 배치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입장이다. 상인회 측이 사실상 경찰력 증원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놓고 경찰과 상인회 측 의견이 엇갈려 경찰청의 감찰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늦장 보고' 감찰…향후 수사로 이어지나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또 서울경찰청이 이태원 참사 상황 등을 경찰청에 '늦장 보고'한 배경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신고 접수 후 1시간47분이 지나서야 경찰청에 치안상황을 첫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은 참사 전 11건의 신고도 받았으나 경찰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참사 가능성을 알리는 '11건의 신고'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참사 당일인 29일 오후 6시부터 4시간가량 이어진 11건의 경찰 신고 녹취록에는 '압사'라는 단어가 총 9번 언급됐다. 

특히 최초 신고 당시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을 확인하고도 4시간 가까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최초 신고 이후에도 "사람 많아서 인원 통제 필요하다" "이러다 사고 날 것 같다" "아수라장이다" 등 위급 상황을 알리는 신고를 10건 더 접수했다. 29일 오후 1015분 사고 발생 신고를 접수하기 전까지 총 11건의 신고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11건 중 4건만 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6건은 전화상담 후 종결, 1건은 불명확으로 처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112신고 부실 대응을 근거로 경찰에 과실치사나 업무상 직무유기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직무유기는 상황 발생에도 아무런 대응하지 않았을 때 통상 적용되는 혐의다. 협의 입증은 경찰이 제 식구를 상대로 얼마나 치밀하게 수사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순히 대응이 미흡한 수준이라면 직무유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직무유기는 일종의 형사 책임을 부과하는 것인데 이는 엄격하게 증명돼야 할 혐의"라고 설명했다.

◇'불법 증축' 참사 규모 키웠나

경찰 수사 대상에는 참사 근접거리에 있던 해밀턴호텔, 인파를 밀어 참사를 야기한 의혹을 받는 인물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경찰은 해밀턴호텔의 불법 증축과 가건물 설치에 따라 사고 발생 도로의 폭이 좁아지면서 피해를 키웠는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강제수사 대상에 해밀턴호텔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향후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특수본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 다른 불법 증축 건물들도 확인되고 있어 함께 조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아울러 경찰은 참사 당시 현장에서 인파를 밀었다는 의혹을 받는 남성을 조사했다. 이 남성은 이른바 '토끼 귀 머리띠'를 착용한 채 참사 당시 맨 뒤편에서 "밀어, 밀어"를 외쳤다는 의혹을 받는다. 

경찰은 이 남성을 소환해 실제로 군중을 밀쳤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남성은 자신의 이동 경로까지 제시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참사 당시 희생자들을 밀었다는 의혹을 받는 또 다른 토끼 머리띠 여성도 추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결과 등을 근거로 당시 인파를 민 것으로 추정되는 불특정 다수의 신원도 파악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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