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행사 주최자 없어서 대응 미흡 vs 경찰 '대응' 권한 있었다

정부 당국 "경찰 개입할 법적 권한 없어…매뉴얼 마련 할 것"

경찰 직무집행법상 '경고·피난 조치 할 수 있어' 비판 제기

 

주최자가 없는 행사여서 경찰이 개입할 법적 권한이 없었다는 정부 해명에 대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찰 직무집행법상 경고나 피난 조치를 할 수 있는 만큼 해명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 '주최자' 없는 핼러윈 행사 경찰 개입 힘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주최측이 없는 자발적인 행사는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다"며 "주최 측의 요청이 있거나 주최 측의 안전관리계획상 필요한 경우엔 경찰이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제도적으로 권한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이태원에)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 대한 반박이 나오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행사의 주최가 있는지, 일정 수준의 인원이 모이는지와 상관없이 경찰의 기본적인 임무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라며 "'이태원 참사'의 사고 원인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위험 발생의 방지)는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위험물의 폭발,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경찰은 '극도의 혼잡'으로 판단되는 상황에 사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셈이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경찰은 △장소에 모인 사람,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경고를 하는 것 △매우 긴급한 경우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 내에서 억류하거나 피난 시키는 것 △장소에 있는 사람, 관계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조치를 수행 하도록 하는 것 △경찰관서장 권한으로 관계기관에 협조를 구하는 조치를 할 수 있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법적 권한이 없어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해명은 직무집행법과 맞지 않는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면 당연히 얽히고 섥혀서 사고날 위험이 있다. 사전 또는 현장에서 경찰이 위험을 인지했다면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마련해야 했다"고 말했다.

대형 인파로 인해 사고 가능성이 예견될 경우 매뉴얼 적용 여부를 떠나 지자체나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2017년 경찰은 핼러윈을 앞두고 2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자 대로변과 인도 사이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사고를 예방했다. 즉 이번에도 3년만에 거리두기가 풀린 상황에서 열리는 핼러윈 행사라 각종 사고 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경찰은 지난달 26일 이태원 일대 상인단체 관계자,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 등 관련자들과 간담회를 하고도 안전 사고 문제에 대한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았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핼러윈 당일 이태원에는 하루 10만명이 모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압사 사고 가능성'이 언급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당일 대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소방청, 경찰청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고 발생 후 3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조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신속한 공권력을 행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이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독자적으로 해산 명령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일선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다시 경찰청으로 보고를 해야한다. 올해 처음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한 것도 아니고, (인원이 많이 몰리는) 더 큰 집회·시위가 없었던 것도 아니어서 곧바로 공권력이 투입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당시 이태원역 인근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시민들이 보행로를 넘어 도로로 넘어왔고, 교통이 마비됐다. 이 때문에 서울 전역에서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차량에서 내려서 사고 현장으로 뛰어가야 했다. 

구급차의 사이렌을 보고도 길을 내주지 않은 시민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통행로를 확보하고 적극 대처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에 서울 도심권에서 이태원을 들어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녹사평역부터 이태원역에 이르는 450미터 구간은 차량을 통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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