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내가 구해주지 못했어"…이태원 생존자들 '트라우마' 우려

"눈앞에서 죽어가" "잔상 자꾸 떠올라"…PTSD 우려

전문가들 "목격자·생존자·구조인력 치료·관리 필요"

 

"죄책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 A씨(24)는 서울광장의 분향소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29일 밤 현장 옆 가게에서 창문으로 참사를 목격한 A씨는 이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는 당시 가게 안으로 몰려든 사람과 가게 밖 통행의 어려움으로 적극적인 구조를 하지 못했다며 "돌아가신 분들의 얼굴과 당시 상황이 떠올라 여기 왔다"고 울먹였다. 

◇ "구조 못해 미안"…사고에도 파티 즐기는 모습 '비현실적'

A씨는 "다른 사람들처럼 심폐소생술(CPR)이라든지 뭔가 돕고 싶었는데 그럴 상황이 못됐다"면서도 "죄책감이 크다"며 연신 울먹였다. 

그는 사고 직후에도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기괴하고 비현실적이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사고 직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마시고 웃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심지어 술을 더 마셔야 하는데 사고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고 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시 참사가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는 A씨처럼 현장 목격자와 생존자, 구조인력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는 참사 현장 출동 경찰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눈앞에서 살려달라는 아우성들이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겪을 것 같다"고 걱정하는 댓글이 따라 올랐다.  

이태원 현장에서 CPR을 했다는 한 트위터리안은 "그동안 시신을 여러번 봤지만 이번 상황은 정말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며 "잔상이 계속 떠오른다"고 썼다. 

◇ 목격자·생존자·구조인력 등 PTSD 우려…"전문가 도움 받아야"

흔히 트라우마라고 부르는 PTSD는 자연재해,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특정 사건에서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대인기피나 공황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유족이 충분히 슬픔을 느끼고 애도할 수 있는 시간·공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며 "정부나 관련기관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극단적 생각이 자꾸 떠오르거나 수면을 취하기 어렵고 식욕에 영향을 받는 생존자나 목격자도 전문적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국립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건강 홈페이지에 (트라우마를 진단할 수 있는) '자가척도'가 있다"며 "괴로운 감정과 생각이 떠올라 해야 할 일을 방해하면 정상적인 애도반응과 공감을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30일 성명을 내고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여과 없이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도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사망자 154명 전원의 신원을 확인했다. 사망자는 남성 56명, 여성 98명이며 외국인이 25명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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