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촉법소년 1년 하향 능사일까

법무부, 이번 주 '연령 하향' 발표…"성숙 빨라진 현실 반영해야"

전문가들 "연령 낮추기만으로 한계…정교한 교화프로그램 절실"

 

# "만으로 14세 안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는데 진짜예요? 신난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만 8세 아이를 유인해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소년범이 능청스럽게 되묻는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신분을 악용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셈이다. 

2019년 경기 수원시의 한 노래방. 당시 13세 중학생 7명이 12세 초등학생을 집단폭행했다. 이들은 피해아동의 얼굴을 때린 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게시글에는 피해자를 탓하거나 사법기관을 조롱하는 댓글이 여과 없이 달렸다. 

법무부가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예방 효과 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 주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한 살 낮추는 내용의 형법·소년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촉법소년의 강력범죄가 늘면서 연령 상한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를 뜻한다. 이들은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의 보호처분을 받지만 가장 무거운 처분(10호)을 받아도 2년간 소년원에 다녀올 뿐이며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9조의 규정 때문이다.

◇ 소년범 강력범죄 10명 중 6명이 '만 13세'

현행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1953년 만들어졌다. 정신적·신체적 성숙이 과거보다 빠르고 만 13세 미만 강력범죄 비중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해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간 강력범죄를 저질러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3만5390명 가운데 만 13세가 2만2202명(62.7%)에 달했다. 이 기간 전체 촉법소년 또한 6282명→6014명→7081명→7535명→847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같은 통계는 소년범죄와 높은 재범률을 막기 위해 엄중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관찰 중인 소년범의 재범률은 2020년 13.5%로 성인 재범률 5%의 2배가 넘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령 상한을 한살 낮추는 것만으로 분명 효과가 있다"면서도 "한번 연령을 낮추면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다시 올리기 힘든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 현직 판사는 "형사 미성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은 죄를 저질러도 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조직적인 학교 폭력, 반사회적 범죄 등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다고 처벌을 마냥 높이면 낙인효과로 인해 도리어 재범률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소년은 혼자 자라지 않아"…처벌보다 교화 중점둬야

"소년은 결코 혼자 자라지 않습니다. 오늘 처분은 소년에게 내렸지만 그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끼셔야 할 겁니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소년범 처벌론'을 내세우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김혜수 또한 소년범 선고 말미에 엄벌보다 교화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도 교화의 중요성에 모두 동의한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무작정 낮춰 성인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엄벌주의 일색이 소년재범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연령을 한두살 낮추는 것만으로 현장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선진국의 '증거 기반 범죄예방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곽 교수는 "어떤 프로그램을 적용할 때 범죄율이 어느 정도 낮아지는지 등의 연구가 선행해야 소년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소년범 대다수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 학교 출석을 하지 않는 등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다"며 "(중간에 이탈하지 않고) 교화 프로그램을 끝까지 이수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회복적 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회복적 사법이란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이 원하는 상태로 회복이나 보상이 이뤄지게 돕는 것을 뜻한다. 피해자 지원 전담기구를 만들고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에게 보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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